검찰총장 권재진 서울고검장 유력
국세청장 허병익-허용석 등 물망
靑 “개각은 아직 검토 안해”
일각선 “대안 부재” 목소리
이명박 대통령은 다음 주 중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후임을 먼저 발표하고 개각은 당분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19일 복수의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후임을 다음 주 중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총장 후보로는 대구·경북(TK) 출신의 권재진 서울고검장과 호남 출신의 문성우 대검 차장 등 2명으로 압축됐다. 이 대통령의 최종 결심만 남은 상태이며 권 고검장이 더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장엔 허병익 차장의 승진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허용석 관세청장, 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등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개각에 대해서는 아직 소극적인 태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와 “이 대통령은 현재로서는 개각에 대한 구상이나 복안 방향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언론과 정치권에서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것은 민의, 당 쪽에서 얘기하는 쇄신 요구를 거부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며 “그런 요구를 겸허하게 경청하고 숙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비서진 개편에 대해서는 “개각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질 것이다. 필요가 있으면 대통령이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공석인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외의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청와대 안팎에서는 △후임에 대한 대안 부재 △대통령 개인의 속성 등을 주로 꼽는다.
○ 대안 부재
이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 등에게서 “사람을 바꿔야 합니다”라는 건의를 받으면 대뜸 “그럼 누구를 대신 앉히면 되겠느냐. 대안을 얘기해 봐라”라고 반문한다고 한다. 그러면 가뜩이나 대통령에 대한 ‘보고 공포증’이 있는 청와대 참모들은 바로 입을 닫아버린다고 한다. 바꾸는 게 맞긴 한데 적합한 후임을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능력과 전문성 위주로 사람을 뽑아놓고 보면 도덕성 문제로 검증에서 탈락하고, 출신지역 학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다 보면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 사람 저 사람 다 빼고 나면 남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개각을 하겠다며 국민에게 기대를 줬다가 막상 ‘뻔한’ 인사로 끝날 경우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대안 부재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자신과 일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을 주로 쓰는 이 대통령의 인재관이 대안 부재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만 찾다 보니 훌륭한 인재가 보이지 않는 것”이라면서 “국가를 위해 사심 없이 일할 최고의 능력 있는 인재는 대통령이 마음을 비운다면 얼마든지 보일 것”이라고 충고했다.
○ 인사 기피증?
이 대통령에게 인사 기피증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선 남이 뭐라고 해도 자신감을 갖고 밀어붙이지만 전공이 아닌 인사 분야에선 머뭇거린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결단력이 있는 사람인데 인사 문제를 대할 때는 햄릿형이 된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인사에 유독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 중에는 떠밀려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 나름의 소신도 한몫한다.
제대로 된 인물을 뽑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국정을 더 꼬이게 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가 가장 손쉬운 방법이고, 인사를 통해 국면전환을 하지 않겠다고는 하지만 인사가 곧 만사(萬事)라는 얘기는 결코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