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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心잡아라” 골프장의 변신

입력 | 2009-06-20 02: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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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라커-사우나 등 시설 확충

레이디 티 최대한 앞으로

속옷-골프화 선물 이벤트도

스코틀랜드의 유서 깊은 골프장인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는 한때 ‘개와 여성 출입은 금한다’는 경고문이 내걸렸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국내에서도 용인 한성CC는 금녀의 벽이 높은 곳으로 유명했다. 지금도 1900명의 회원 가운데 여성 회원은 50명에 불과하다.

그런 한성CC가 달라졌다. ‘골프장 최고경영자 사관학교’로 유명한 안양CC 출신의 임낙규 사장이 연초 부임한 것을 계기로 ‘여심(女心) 붙잡기’에 나섰다. 클럽하우스를 리모델링하고 캐디 유니폼을 여성 취향에 맞췄으며 여성용 라커와 목욕탕 시설을 대폭 확충했다. 코스 곳곳에 다양한 꽃을 심어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신경을 썼다. 파3홀의 레이디 티도 양잔디로 교체했다. 그 덕분인지 한성CC는 1억 원을 밑돌던 회원권 시세가 여성 회원의 입소문을 타면서 1억5000만 원까지 치솟아 올 상반기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임 사장은 “여성에게 폐쇄적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여성 골프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골프장 업계에서는 여성 마케팅이 유행을 이루고 있다. 용인 신원CC는 주중 2인 플레이를 실시하는데 오붓하게 정겨운 라운드를 즐기려는 커플들에게 인기가 높다. 김종안 신원CC 사장은 “집안의 경제권을 주부들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내장객 확보가 중요하다.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중 고객 중 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특히 높다”고 분석했다.

여성 골퍼들이 선호하는 골프장은 대개 조경이 뛰어나고 아기자기한 코스 레이아웃을 갖춘 곳이다. 골프장 측에서는 비거리가 짧은 여성 골퍼들이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도록 레이디 티를 최대한 앞으로 빼놓기도 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퍼블릭 코스인 인천 스카이72GC는 여성 골퍼를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레이크 코스는 여성 고객을 위해 인 아웃 동시 티오프가 아닌 원웨이로 운영해 주부들이 가사를 끝낸 뒤 오전 10, 11시에 라운드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속옷, 골프화 등을 선물하는 깜짝 이벤트도 호평을 받았다. 여성 라커 사우나에는 장미 꽃잎을 가득 띄운 아로마 향초탕을 운영하고 있으며 여성 전용 샤워가운 무료 대여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2006년 개장 당시 전체의 5% 수준에 머물던 여성 내장객이 최근 10% 이상으로 증가했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에 따르면 주중 회원권 보유 비율이 남성 62%, 여성 38%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거래량을 보면 남성과 여성이 거의 5 대 5 수준이다. 어느새 귀한 몸이 된 여성 골퍼들. 골프장의 변신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