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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음악캠프’ 방송 7000회…배철수 씨의 자기관리법

입력 | 2009-06-20 02:59:00

나이 어린 방송작가들은 배철수 씨를 ‘아저씨’라고 부른다. 그는 독선적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젊은 사람들과 최대한 스스럼없이 어울리려고 노력한다. 최훈석 기자


나이 먹은 사람이 다가가야지

젊은 사람이 다가오겠습니까

국내 대표 장수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 진행자 배철수 씨는 1990년 3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오늘도 마이크 앞에 서고 있다. 지난달 방송 7000회를 넘긴 그는 숱한 개편에서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단 한 번도 방송을 ‘펑크’낸 적이 없을 만큼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해왔다. 청취자의 기호와 취향이 급변하고 있지만, 만 56세로 예순을 바라보는 그가 건재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기사 전문은 DBR 36호(7월 1일자)에 실려 있다.

○“호칭 파괴로 젊은 친구와 호흡”

―작가들이 ‘아저씨’라고 부르던데요.

“제가 1953년생인데 어디를 가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아요. 그 호칭이 너무 싫습니다. 같이 일하는 스태프가 저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순간, 그 친구가 저를 모시는 상황으로 변하잖아요. ‘오빠’가 좋지만 그건 그 친구들이 너무 어색해하고요(웃음). 방송하다 보면 프로듀서, 작가 등과 의견이 다를 때가 많죠. 그럴 땐 젊은 친구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들어주려 노력합니다. 우리 방송의 주 청취자인 젊은 세대에게 맞춘다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라디오국 전체에서 저보다 나이 많은 분이 단 한 명뿐일 정도니 젊은 친구들에겐 제가 얼마나 어렵겠어요. 그 와중에 제 주장만 내세우면 그 친구들이 ‘그건 아닌데요’라고 얘기하기 힘들죠. 그렇게 되면 방송이 독선적으로 흐를 수 있고요.”

―젊은 세대의 의견이 다 마음에 들지는 않을 텐데요.

“제 또래 친구들은 ‘(SBS TV ‘패밀리가 떴다’ 프로그램을 염두에 둔 듯) 애들이 밥 짓고 노는 게 뭐가 재미있다고 TV에 매일 그런 프로그램만 나오느냐’고 해요. 그럴 땐 답답해요. 그 프로그램을 제대로 보지 않고 그런 말을 하는 게 뻔히 보이니까요. 그 안에 인간관계의 역학 관계가 다 담겨 있는데 자세히 보면 얼마나 재미있습니까. 나이 드신 분들은 자신도 젊은 시절이 있었을 텐데 ‘요즘 애들 버릇없다’고만 하죠. 그런데 언제는 안 그랬나요. 오죽하면 그 옛날에도 벽에 그런 말을 써놨겠어요.

젊음의 본질은 똑같아요. 연애 방식만 해도 과거에는 편지를 썼고, 지금은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지만 담겨 있는 내용은 동일하잖습니까. 젊은 친구들하고 제대로 얘기해보면, 왜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요. 우리처럼 나이 먹은 사람이 젊은 사람에게 다가가야지, 저희가 가만히 있는데 그 친구들이 오나요.”

○“요즘 일부 연예 프로그램 낯 뜨거워”

―예술성과 상업성의 균형은 영원한 화두입니다. 방송하면서 갈등을 느끼신 적은 없나요.

“대중이 들어주지 않는 방송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대중이 절대적으로 옳은 존재는 아니지만 대중과 유리되어 있다면 아무리 뛰어난 예술도 큰 의미가 없다고 봐요. 물론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어렵습니다. 그 균형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면 모든 뮤지션이 다 성공했겠죠. 어딘가에 둘 모두를 만족시키는 지점이 분명히 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여기가 바로 그곳이라 말할 수 없기에 예술이 어려운 거죠. 어렴풋이 여기가 그 지점이 아닐까라며 근처를 배회하는 게 저희 임무예요. 저는 운이 좋아 그 근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방송을 20년 했겠죠.”

―그간 세계적 뮤지션을 많이 출연시켰는데 초대 손님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요즘 연예 프로그램을 보면 가끔 낯 뜨거울 때가 있어요. 세계적인 배우, 영화감독, 음악가가 나왔는데 ‘사랑해요’를 한국어로 해 달라고 부탁하죠. 한국 음식 뭐 좋아하냐고 물어보고요. 그게 왜 궁금합니까. 그 사람의 풍부한 재능과 철학에는 관심도 없고 한국 음식 운운하다니…. 사진작가에게 음식 얘기를 물어보면 뭐가 나오겠어요. 기껏해야 된장찌개, 김치찌개 좋아한다는 정도죠. 최소한 사용하는 플래시의 밝기는 어떤지, 배터리는 얼마나 가는지를 물어봐야죠. 초대 손님을 예술가로 대우하는 일에는 소홀하지 않았습니다.”

―청취자들은 유명인의 신변잡기에도 관심이 많은데요.

“유명 여배우랑 사귀다가 깨진 뮤지션이 내한했다 치죠. 저도 사람이니까 왜 헤어졌냐고 묻고 싶어요. 하지만 댓바람에 왜 헤어졌냐고 할 순 없잖아요. 얼마나 불쾌하겠어요. ‘당신 음악이 진짜 마음에 드네요’라는 말로 한참 음악 얘기를 합니다. 그러다 슬그머니 ‘그 여배우도 당신 음악을 좋아해서 만났던 거냐’고 물어보면 다들 잘 대답해줍니다.”

○“내 주장만 내세우면 아무것도 안 된다”

―송골매라는 그룹사운드에서 음악을 시작했는데요. 다른 사람과 의견을 조율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 때 음악한 사람들은 가정과 사회가 내놓은 이들이었죠. 부모님 말도 안 듣고 집을 뛰쳐나온 데다, 그 전에 몸담았던 팀도 여러 번 깨졌던 사람들이 모였으니 얼마나 문제가 많았겠어요. 그런데 너무 문제가 많으니까 오히려 ‘내 주장만 내세우다간 아무 것도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일찍 했어요. 이쯤에서 물러서야 팀이 안 깨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모였기에 송골매가 좋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축구할 때 누구나 골을 넣겠다고 나서면 안 되잖아요. 수비수도, 골키퍼도 각자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해야 이길 수 있죠. 요즘도 구창모 씨랑 만나면 서로 ‘내가 더 많이 양보했다’고 주장합니다.(웃음)”

―수십 년 음악을 하셨는데 음악 업계나 방송 전반이 어떻게 변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음악을 LP, CD, MP3 중 무엇으로 듣느냐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미디어가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언제나 방송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은 존재합니다. 좋은 콘텐츠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저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까지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제가 할 일은 콘텐츠를 얼마나 충실하게, 재미있게 만드느냐를 고민하는 거죠. 전달 방식은 기술자나 사업가가 생각할 몫이고요.”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경영지식의무한보고-동아비즈니스리뷰(DBR)

b>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6호(2009년 7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International Business Planning/토종 서비스업, 국제 경쟁력 있다

글로벌 무한 경쟁에 익숙한 제조업체와 달리 국내 서비스 업체들은 선진국의 시장 개방 요구에 맞서 국내 시장을 보호하는 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타성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을 적극 검토할 때다. 이마트와 같은 국내 대형 할인점들은 월마트와 까르푸 등의 공세를 물리쳤고, 최근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으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 한국 서비스 산업은 제조업체 못지않은 국제 경쟁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국제 경쟁 방식만 숙지한다면 충분히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City Innovation/임플란트 천국 만든 헝가리 쇼프론 시

인구 6만여 명의 도시에 치과의사만 무려 1400명이 영업하는 곳이 있다. 바로 헝가리의 쇼프론 시. 이곳의 치과병원들은 저렴한 인건비와 간접비를 토대로 서유럽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임플란트 시술을 해줘 의료 관광의 허브로 도약했다. 인근 지역 명소와 연계한 의료 관광 상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국이라고 의료 관광을 육성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정재승의 Money in the Brain/“가득 채워 주세요” 당신은 주유 습관을 바꿀 수 있나

우리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유 중 하나는 현재와 미래를 적절하지 않게 교환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을 하고 다음에 놀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지금 당장 너무 놀고 싶다는 데 ‘인생의 비극’이 있다. 주식시장 전문 트레이더에게 정보를 제공했을 때 신체반응을 측정했더니 성과가 좋은 노련한 사람일수록 감정적인 행동을 자제했다. 성공의 비결은 자기 절제력에 있다.

▼서강대 MBA스쿨의 서비스 혁신 사례 분석/“보스는 고객뿐!” 진실한 봉사가 혁신 원천

저가 항공사로 유명한 사우스웨스트는 공항에 도착한 뒤 10분 안에 정비를 마치고 다시 출발하는 ‘10분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는 절박한 필요에 의해서였다. 사우스웨스트는 1971년 단 3대의 항공기로 영업하다 1대를 더 샀는데 연방법원이 새 비행기의 취항을 막아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새 비행기 도입에 맞춰 운항 스케줄을 편성해 놓았던 것. 사우스웨스트는 가혹할 만큼 집요하게 ‘10분 턴어라운드’ 실행에 나서 신화를 썼다. 너무나 잘 알려진 기업인 사우스웨스트와 월마트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전한다.

▼위기관리 트레이닝/‘짜증나는 델’이 ‘쿨∼한 델’로 대변신

델은 과거의 위기 사례들로부터 교훈을 얻어 위기관리 혁신을 하고 있다. 델은 고객 불만에 대해 소비자나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기에 앞서 불만 접수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블로그를 모니터링하는 등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하기 시작했다. 또 최고경영자(CEO)가 인식을 바꿔 위기관리를 지원하고, 기업 블로그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