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리테일링은 올해 3월 ‘지유’란 브랜드로 파격적 가격의 ‘990엔 청바지(진즈)’를 내놓아 돌풍을 일으켰다. 사진 출처 지유 웹사이트(www.gu-japan.com)
‘부서진 센베’ ‘990엔 청바지’
日서 소비자들에 큰 반향
품질-이미지 요소 더해져야
브랜드 가치 파괴 부작용 막아
일본의 유명 포털 라쿠텐(www.rakuten.co.jp)의 쇼핑몰에는 이상한 광고가 있다. 이 광고는 불량품 전병(煎餠)을 ‘부서진 센베’란 이름으로 떳떳하게 홍보한다. 제조사는 “생산 과정에서 갈라지거나 부서져 정상 제품이 되기 힘든 것을 소비자에게 저렴하게(1kg에 1050엔·약 1만3000원) 제공한다”고 말한다. 이 제품은 올해 2월 시판 후 4일 만에 품절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가치로
일본 소비자들은 지난해 하반기 경제 위기가 찾아오자 ‘잃어버린 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소비 모드를 전환했다.
기업들의 반응도 빨랐다. ‘부서진 센베’와 ‘옆이 터진 명란젓’ 같은 상품들이 줄줄이 생겨났다. 이런 제품들은 소위 ‘이유 있는 할인 상품(품질에는 이상이 없지만 약간의 하자를 이유로 싸게 판다는 뜻)’으로 불린다.
‘유니클로’로 유명한 의류회사 퍼스트리테일링은 올해 3월 ‘지유’란 브랜드로 ‘990엔 진즈(jeans)’를 내놓았다. 파격적인 가격의 이 청바지는 퍼스트리테일링 점포의 매출을 지난해보다 70%나 높여 놨다.
이런 사례들은 불경기 때는 ‘싸다’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가치(value)로 바뀐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좀 더 흥미로운 사실이 보인다. 소비자에게 통하는 것은 단순한 가격 인하 상품이 아니라, 저렴한 가격에 ‘플러스알파(품질이나 이미지)’를 더한 상품이란 점이다. 품질과 디자인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지유의 ‘990엔 진즈’는 한낱 웃음거리로 전락했을 것이다. ‘부서진 센베’ 제조사는 76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친환경 의식과 중고품 재활용
‘플러스알파’의 아이디어도 다양하다. 대표적 사례는 최근 일본에 불고 있는 ‘보상 회수 세일’이다. 대형 할인점 이토요카도는 지난해 말부터 의류나 생활 잡화를 3000엔어치 이상 구매하는 고객이 중고품을 가져오면 물건 값을 깎아준다. 할인액은 중고품 한 점에 500엔이다.
보상 회수 세일은 할인점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준다. 할인점은 소비자의 구매를 자극하고 매출 규모를 늘릴 수 있어 좋다. 고객은 가격 부담을 줄이면서 어차피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할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고 가구, 책 등의 재활용(recycling)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재활용 시장의 최근 규모는 약 4200억 엔에 이른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트렌드의 근저에 ‘친환경’이란 요소가 공통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환경보전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은 보상 판매 이용이나 중고품 구매에 대한 저항감을 상당히 누그러뜨린다.
○불황, 소비자 태도에 근본적 영향
일본 소비자들은 오랜 저성장 시대를 겪어 이미 ‘성숙한 불황 소비’ 문화를 갖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경기 침체는 소비자의 태도와 가치관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 신중한 소비 패턴이 어느 정도 경기가 회복된 이후까지 이어진다는 말이다.
저렴한 가격은 닫힌 지갑을 열기 위한 중요한 방법이다. 하지만 기업이 불황기에 무조건적인 가격 인하로 대응한다면 브랜드 가치 파괴 등 부작용이 생기기 쉽다. 기업은 그보다는 ‘플러스알파’의 파악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은 ‘고객이 원하는 것’과 제품 및 서비스 사이의 간극(needs-offer gap)을 줄이는 요소를 파악하는 것이다.(기사 전문은 DBR 36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니시카와 요시아키(西川義昭)
노무라종합연구소 서비스사업 컨설팅부장
이진호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오피스 컨설턴트
b>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6호(2009년 7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International Business Planning/토종 서비스업, 국제 경쟁력 있다
글로벌 무한 경쟁에 익숙한 제조업체와 달리 국내 서비스 업체들은 선진국의 시장 개방 요구에 맞서 국내 시장을 보호하는 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타성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을 적극 검토할 때다. 이마트와 같은 국내 대형 할인점들은 월마트와 까르푸 등의 공세를 물리쳤고, 최근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으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 한국 서비스 산업은 제조업체 못지않은 국제 경쟁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국제 경쟁 방식만 숙지한다면 충분히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City Innovation/임플란트 천국 만든 헝가리 쇼프론 시
인구 6만여 명의 도시에 치과의사만 무려 1400명이 영업하는 곳이 있다. 바로 헝가리의 쇼프론 시. 이곳의 치과병원들은 저렴한 인건비와 간접비를 토대로 서유럽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임플란트 시술을 해줘 의료 관광의 허브로 도약했다. 인근 지역 명소와 연계한 의료 관광 상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국이라고 의료 관광을 육성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정재승의 Money in the Brain/“가득 채워 주세요” 당신은 주유 습관을 바꿀 수 있나
우리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유 중 하나는 현재와 미래를 적절하지 않게 교환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을 하고 다음에 놀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지금 당장 너무 놀고 싶다는 데 ‘인생의 비극’이 있다. 주식시장 전문 트레이더에게 정보를 제공했을 때 신체반응을 측정했더니 성과가 좋은 노련한 사람일수록 감정적인 행동을 자제했다. 성공의 비결은 자기 절제력에 있다.
▼서강대 MBA스쿨의 서비스 혁신 사례 분석/“보스는 고객뿐!” 진실한 봉사가 혁신 원천
저가 항공사로 유명한 사우스웨스트는 공항에 도착한 뒤 10분 안에 정비를 마치고 다시 출발하는 ‘10분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는 절박한 필요에 의해서였다. 사우스웨스트는 1971년 단 3대의 항공기로 영업하다 1대를 더 샀는데 연방법원이 새 비행기의 취항을 막아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새 비행기 도입에 맞춰 운항 스케줄을 편성해 놓았던 것. 사우스웨스트는 가혹할 만큼 집요하게 ‘10분 턴어라운드’ 실행에 나서 신화를 썼다. 너무나 잘 알려진 기업인 사우스웨스트와 월마트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전한다.
▼위기관리 트레이닝/‘짜증나는 델’이 ‘쿨∼한 델’로 대변신
델은 과거의 위기 사례들로부터 교훈을 얻어 위기관리 혁신을 하고 있다. 델은 고객 불만에 대해 소비자나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기에 앞서 불만 접수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블로그를 모니터링하는 등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하기 시작했다. 또 최고경영자(CEO)가 인식을 바꿔 위기관리를 지원하고, 기업 블로그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