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교체 첫 타석 생애 첫 끝내기 홈런
롯데 강민호(사진)는 19일 KIA전 이전까지 올 시즌 승리타점을 딱 한 번 기록했다. 4월15일. 역사는 반복되는가? 그때도 KIA전이었고, 사직이었다. 9회말 KIA 손영민을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지난해에도 강민호가 사직 KIA전에서 손영민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기록한 전례가 있었기에 더 인상적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여가 흐른 6월19일. 똑같이 장소는 사직이었고, 상대는 KIA였건만 정작 강민호는 선발 출장조차 못했다. 주전 포수로서 체력안배 배려도 담겨 있었지만 ‘베테랑 백업포수 최기문이 19일 선발 장원준과 호흡이 더 잘 맞는다’란 배경이 더 크게 작용했다. 훈련을 마친 강민호는 상황을 납득하는 눈치였지만 “내가 야구를 잘 했으면 이랬겠느냐”란 자책감도 언뜻 묻어났다.
그러나 9회 수비부터 교체 출장한 강민호는 9회말 단 한 번의 타석에서 ‘왜 기록에 관계없이 롯데의 최고 인기스타’로 군림하는지를 입증했다. 롯데는 2-3으로 뒤지던 9회 2사 1,3루의 절망적 상황에서 정보명의 유격수 내야안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1,2루 상황에서 등장한 강민호는 망연자실해졌을 KIA 마무리 한기주의 초구 136km짜리 바깥쪽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비거리 115m짜리 끝내기 3점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사직구장 1만 8409명 관중들 사이에선 “강민호!”와 “한기주!”의 연호가 섞여 나왔다.
프로 데뷔 첫 끝내기 홈런으로 롯데에 3연승을 선사한 강민호는 “정말 기분 좋다. 홈 플레이트로 들어올 때 동료들에게 너무 많이 맞아서 코피가 난 것 같은 느낌이다. 투아웃이고, KIA 내야수비가 전진이 돼 있어서 ‘무조건 치자’고 했는데 제대로 걸렸다. 앞선 상황에서 정보명이 살아나가서 힘을 얻었다. 오늘 홈런은 경기 끝날 때까지 응원해준 팬들 덕분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롯데는 LG에 패한 삼성과 공동 4위로 떠올랐다. 4월9일 3위였던 이후 71일만의 4강 진입. 로이스터 감독도 “좋은 피칭도 있었지만 강민호의 결승타가 대단했다. 오늘 승리는 우리 팀에 아주 큰 힘이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패한 KIA 조범현 감독은 노 코멘트로 구장을 떠났다. 한기주는 블론 세이브만 시즌 6개째가 됐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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