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남부지방을 끝으로 전국의 모내기 작업이 모두 끝났습니다. 모내기철에 농촌이 얼마나 바쁜지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속담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얼마나 바빴으면 ‘모내기철에는 아궁이 앞의 부지깽이도 뛴다’ ‘늦모내기에는 죽은 중도 꿈적거린다’고 했겠습니까.
예년 이맘때라면 농부들은 한바탕 분주함이 휩쓸고 지나간 뒤의 짧은 휴식을 만끽하면서 ‘올해도 풍작을 내려 달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못한 모양입니다. 많은 농민들이 올해도 작년처럼 풍년이 들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농부가 풍년을 걱정할까’ 하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흉년은 흉년대로, 풍년은 풍년대로 걱정스러운 게 요즘 농촌의 현실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쌀 생산량은 484만 t으로 2007년에 비해 9.9%나 늘었습니다. 그러나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한 1인당 쌀 소비량의 지속적인 감소 추세와 불경기의 영향으로 쌀 수요는 급감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과다한 쌀 재고를 안고 있는 농협의 일선조합들은 쌀을 닥치는 대로 팔아치우고 있고, 그 여파로 산지의 쌀값은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전남 해남군 북일농협 이재섭 조합장에 따르면 “재고 처분을 위해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중”이라고 합니다. 최근 쌀을 판매하기 위해 제주도를 찾아갔는데 심지어 경기도에서까지 ‘원정’을 와 있더라는 것입니다.
급기야 농협중앙회 차원에서는 정부에 ‘시장격리’를 건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즉 정부가 쌀 10만 t가량을 시장에서 사들여 유통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도움을 요청한 것이죠.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약 200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문제는 정부도 쌀 재고를 잔뜩 떠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농협이 시장격리를 요청한 물량을 생산적으로 소비할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쌀값 안정을 위해 혈세 2000억 원을 허공으로 날리게 되는 셈이지요.
우리가 피땀 흘려 낸 세금이 헛되이 낭비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아침밥’이 해답입니다. 온 국민이 아침밥을 꼬박꼬박 챙겨 먹을 경우 1년간 추가로 소비되는 쌀은 약 51만 t에 이른다고 합니다. 아침을 굶고 있는 사람 5명 가운데 1명만 아침을 챙겨 먹어도 시장격리처럼 무리한 정책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죠.
아침밥 챙겨 먹기가 남아도는 쌀 문제 해결에만 유용한 것이 아닙니다.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대입수험생의 아침식사 횟수와 수능·내신성적은 정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의 경우 2007년 전국학력시험 결과 아침밥을 먹는 중학생들의 수학점수가 굶는 학생들보다 평균 21.1점이나 높았다고 합니다.
‘밥심’이 성인의 집중력이나 근력과 직결돼 있다는 연구결과도 수없이 많습니다. 양준혁, 김동주, 이대호 등 프로야구계의 대표적인 슬러거들은 힘의 원천으로 밥심을 꼽는다고 합니다. 최근 한 일간지에는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의 근로자들은 보통사람보다 밥을 2배 많이 먹는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데친 시금치처럼 축 늘어진 당신, 오늘 아침밥 드셨습니까.
천광암 산업부 차장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