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개성회담 北의 두 모습
우리측 기조발언문 33쪽 전달
北언론, 회담직후 PSI 등 비난
19일 개성공단 운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개성에서 열린 남북 정부 당국 간 2차 실무회담에서 정부는 북측의 제지로 제대로 발언하지 못했던 1차 회담 때와 달리 나름대로 할말을 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의 공세적 대내외 선전은 여전했다.
정부는 이날 회담에서 지난해 이후 북한의 대남공세를 반박하는 ‘쓴소리’를 기조발언문에 포함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국자는 “A4용지 33쪽이라는 기조발언문 분량은 남북회담 사상 최대”라며 “개성공단 현안뿐만 아니라 그동안 북한 당국을 만나면 하고 싶었던 말을 다 정리해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도 “지난해 이후 남북 당국이 제대로 된 형식을 갖춰 의사를 교환한 것은 처음인 터라 북측이 듣기 싫어하는 내용도 포함했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6·15공동선언 등 기존 남북 간 합의를 지키지 않은 것은 북측도 마찬가지이며, 북측이 이명박 대통령 등 남측 당국과 당국자들을 비난하고 대정부 투쟁 등을 선동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또 개성공단 법규 및 계약의 일방적인 개정 움직임과 남측 근로자 장기 억류 등 최근 북측 행태를 비판하고, 개성공단 발전을 위한 3대 원칙과 정부의 ‘상생·공영’ 대북정책 등을 상세하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이 이 같은 남측의 기조발언문 발표를 40분 이상 순순히 경청한 것은 의외였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한 당국자는 “과거 같으면 듣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도 있었다”며 “북측이 남북대화를 유지할 의지를 피력한 대목”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19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 당국 간 2차 실무회담이 끝난 뒤 북측 대표단이 남측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비판한 것 등 일부 내용을 공개하며 대남 공세에 열중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우리 측은 남측이 실무접촉에는 성의를 보이지 않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참가를 결정하고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에까지 적극 가담하는 행동을 한 데 대해 추궁하였다”며 “(남측이) 계약개정과 상관이 없는 (A 씨) 문제를 들고 나와 복잡성을 조성하는 데 대해 추궁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들은 또 공단 토지임대료 5억 달러 인상 등을 남측에 요구한 것과 관련해 “토지값 문제만 보더라도 개성공업지구는 그 지리적 위치로 보나, 임대기한으로 보나, 안보상 가치로 보나 그런 노른자위 같은 땅을 통째로 내준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우리가 제시한 기준은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며 남측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며 ‘안보비용론’을 주장했다.
또 “개성공단 사업을 재검토, 재협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남측 당국이 6·15공동선언을 전면 부정한 데로부터 초래된 것”이라며 “6·15를 부정한 당사자인 남측 당국이 개성공단 사업을 책임지고 재협상에 나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