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정쇄신 예고편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충청 인사 추가발탁 가능성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검찰총장에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을 낙점하면서 “대통령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것은 역대 정권에서 아마 처음일 것”이라며 역대 정권과 다른 ‘검찰의 일신(日新)’을 강조했다고 한다.
‘기수 관행’을 파괴한 검찰총장과 외부인사를 발탁한 국세청장 인사는 이 대통령의 검찰과 국세청에 대한 ‘개혁’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천 내정자는 사법연수원 12기로 전임 총장의 3기수 후배다. 후배가 총장이 됐을 경우 연수원 기수를 기준으로 선배와 동기들이 퇴직하는 관행에 비춰볼 때 큰 폭의 세대교체는 불가피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검찰조직의 개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시각이다.
차관급인 국세청장에 교수 출신의 장관급인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을 발탁한 것도 의외다. 5개월 동안 한상률 전 청장 후임 인사를 하지 않고 공석으로 놔 둔 것은 이 대통령이 국세청 개혁을 책임질 ‘외부인사’를 고집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장고에 장고를 거듭한 인사라 할 수 있다. 국세청의 반복되는 부패와 비리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외부인사가 조직에 들어와야 개혁이 가능하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어떻게 실현될지 주목된다. 백 내정자가 국세청 경험이 없다는 한계는 5개월 동안 직무대행을 해왔던 허병익 차장이 메워줄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두 자리에 모두 충청권 인사를 발탁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검찰총장에는 그동안 대구·경북(TK) 출신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돼 왔으나 배제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에 대한 ‘러브 콜’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향후 인사에서 충청권 출신들이 추가로 발탁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를 당초 매주 수요일에서 월요일로 앞당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그동안 수석회의는 상황이 벌어지고 나면 정리하는 회의가 많았고 나열식 보고가 많았다. 이런 것을 고쳐 이제는 청와대가 정무적 기능을 살려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곳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앞으로 정무 영역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겠다는 취지다”며 향후 청와대가 모든 영역에서 정무적 고려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번 인사가 향후 전개될 국정쇄신의 ‘예고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4대 권력기관장 가운데 2명에 대한 인선을 ‘기수 파괴’ ‘외부인사 기용’ ‘충청권 인물 기용’ 등 파격적으로 단행한 것은 향후 인적쇄신을 포함한 전방위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