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를 달아 작은 크기로도 고객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한 LG텔레콤의 ‘오즈’ 간판(위)과 플레이 버튼을 간판보다 크게 만든 KT ‘쇼’ 간판. 사진 제공 각 업체
서울시 작년부터 간판 규제
늦게 단 LGT 허가 못받아
작은 대신 LED로 눈길
“경쟁사에 비해 왜 우리 회사 간판만 작은 겁니까.”
LG텔레콤에서 광고 마케팅을 담당하는 한승훈 상무는 얼마 전 대리점 업주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KT(옛 KTF), SK텔레콤 대리점의 간판은 각각 ‘쇼(SHOW)’, ‘티(T)’ 등의 브랜드 이미지(BI)가 큼지막하게 들어간 반면 LG텔레콤의 간판은 오즈(OZ) BI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불만이었죠.
고객의 눈길을 잠깐이라도 끌고 싶은 것이 기업들의 인지상정. 그런데 왜 LG텔레콤의 간판은 작아졌을까요.
LG텔레콤은 BI를 바꾼 시점에 해답이 있다는 힌트를 줬습니다. KT의 이동통신 브랜드인 ‘쇼’는 2007년 3월에 탄생했습니다. SK텔레콤이 ‘생각대로 T’ 브랜드를 만든 것은 작년 4월. 두 회사는 브랜드를 바꾼 시점부터 전국 대리점의 간판을 바꿨죠. KT는 원형 모양 안에 삼각형 표시를 넣은 플레이 버튼을 간판을 벗어날 정도로 크게 달았습니다. SK텔레콤도 뫼비우스의 띠를 차용한 ‘T’ 로고를 둥글고 크게 디자인해 달았죠. 전국에 대리점은 각각 1200∼1400곳. 간판 하나당 수백만 원이 드는 것을 생각하면 전국 대리점의 간판을 바꾸는 것은 수십억 원이 드는 대공사입니다.
LG텔레콤은 작년 4월 만든 ‘오즈’ 브랜드를 올 3월에 와서야 회사 대표 브랜드로 정했습니다. 기존의 ‘폰 앤 펀’, ‘LG텔레콤’ 매장을 모두 ‘오즈’ 매장으로 바꾸기 시작했죠. 오즈의 브랜드 이미지 중 ‘O’자를 크게 만들었습니다. 매장과 광고물, 영수증까지 모든 로고를 ‘O’의 원형을 기준으로 만들려는 디자인 구상이었죠.
그런데 문제는 서울시가 작년 5월부터 마련해 시행한 옥외광고물 관리 가이드라인이었습니다. 간판을 달려면 각 구의 도시디자인과에 가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구가 정한 옥외광고물 관리법령에 따라 크기와 수량을 맞춰야 하죠. 이때 정해진 간판 규제가 예전보다 강해져 가로형 간판의 경우 위아래 폭이 80cm 이상 크기는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LG텔레콤의 간판은 상대적으로 위아래 폭이 작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달에 수십만 명의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전장에 있는 대리점주들은 이 간판 크기가 불만이었습니다. 그래서 LG텔레콤은 고육지책으로 간판에 발광다이오드(LED)를 달았습니다. 반응이 좋자 휴대전화 가격표에도 LED를 달아 길 가는 고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LG텔레콤은 LED를 곳곳으로 늘릴 생각입니다. 친환경 기술로 꼽히는 LED가 간판 규제에 발목이 잡힌 LG텔레콤의 구원투수가 돼 준 셈입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