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작업을 재현한 ‘피아노를 위하여’. 사진 제공 백남준아트센터
1963년 첫 개인전 재해석 기획전
오마주 담은 21명의 작업도 함께
1963년 3월 독일 부퍼탈의 파르나스 갤러리에서 백남준(1932∼2006)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이 열렸다. 1, 2층과 지하실, 정원 등 가정집을 전용한 전시공간. 작가는 현관 입구를 거대한 풍선으로 막아놓았다. 기다시피 겨우 안으로 들어선 관람객들은 문에 걸어놓은 죽은 소머리를 마주봐야 했다.
이어 ‘성인을 위한 유치원’ ‘70%로 만족하는 법’ ‘4개의 준비된 화장실’ 등 16개 테마 아래 방마다 펼쳐진 전시는 음악과 미술의 경계를 뛰어넘어 ‘통섭’을 시도하는 파격적 내용이었다. 13대의 TV를 조작해 관객 참여를 유도하고 피아노로 음악을 공간화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개막식에서 도끼로 피아노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인 요제프 보이스는 이 전시를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했다. ‘비디오 아트’의 기원이 되는 전시였다.
경기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는 당시의 16개 테마를 오늘의 시점에 맞춰 재해석하고 재창조한 ‘신화의 전시-전자 테크놀로지’전을 10월 4일까지 열고 있다. 백남준의 작품과 더불어 그의 작업에 대한 패러디와 오마주를 담은 작가 21명의 작업을 볼 수 있다. 백남준의 ‘TV를 위한 선’과 마주해 천장에 매달린 부처 머리는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작가로 참여했을 때 선보인 작업을 재현한 것. 사람들이 가져오는 물건을 돌로 부수는 퍼포먼스를 담은 지미 더럼의 ‘분쇄하기’, 전시장 화장실에 장착한 센서를 통해 화장실 음향을 증폭시키는 홍철기의 ‘확장된 화장실’, 믹서 등 일상용품을 악기로 사용한 우지노 무네테루의 사운드 설치작품 등도 선보였다.
백남준 정신의 뿌리를 찾아 신화적 상상력과 테크놀로지의 ‘불화’가 아닌 ‘공존’을 이야기하는 전시다. 무료. 031-201-8512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