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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보험사 “한국에 환자 보낸다”세브란스병원과 국내 첫 협약

입력 | 2009-06-23 02:58:00


포괄수가제로 10가지 수술
국내 의료수준 인정받은 셈

1년 6개월에 걸친 긴 협상이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1월 미국 최대 보험회사 중 하나인 블루크로스 블루실드의 해외 대행사인 CGH와 ‘미국 의료보험 환자’ 유치 협상에 들어갔다. 그보다 한 달 전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한 데이비드 바우처 CGH 사장은 한국 의료수준을 높이 평가하면서 미국인 환자 유치를 제안했다.

이희원 세브란스 국제협력팀장은 “당시 CGH는 태국과 싱가포르 병원을 먼저 접촉했지만 한국 의료수준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우리 병원에도 환자 유치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CGH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에 익숙한 미국 환자의 치료를 다른 나라에 맡기는 것인 만큼 병원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처음부터 난항이었다. 미국과 한국의 의료수가제도에서 차이점이 있었다. 미국은 질병의 경중에 따라 일정 비용을 한꺼번에 지불하는 ‘포괄수가제’인 반면 한국은 의사가 진찰, 수술, 처치 등 진료 행위를 할 때마다 돈을 내는 ‘행위별수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포괄수가제는 세브란스 측에 불리했다. 같은 질병이라도 환자 상태에 따라 항생제를 더 사용할 수도 있고 추가로 수술을 할 수 있으므로 비용이 더 들 가능성이 크다.

의료사고 등 병원과 CGH 간에 각종 분쟁이 발생했을 때의 중재 문제도 쉽게 해결이 나지 않았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느 나라 법을 따를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5, 6개월을 끌다 올해 초에야 협상이 급진전됐다. CGH는 한국 의료법에 따르되 한국과 가까운 홍콩의 국제중재센터를 활용하기로 했고, 그 대신 세브란스 측은 미국식 포괄수가제를 받아들이기로 양보했다.

세브란스병원과 CGH는 19일 미국 환자 유치 협약식을 정식 체결했다.

세브란스병원은 관상동맥우회술, 위암수술, 직장암수술, 폐암수술, 무릎 고관절 및 족관절 인공치환술, 로봇을 이용한 심장판막수술, 심장 동맥 스텐트 삽입술 등 10가지 수술에서 미국 환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세브란스병원은 CGH가 의뢰하는 환자의 진료뿐만 아니라 한국의 공항에서 병원까지 환자 수송 서비스도 담당한다. CGH는 환자의 진료예약 대행 서비스를 지원하고 미국 내 공항에서 집까지 교통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브란스병원이 이번 협상에 성공한 데는 2007년 국내 병원으로는 유일하게 미국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인증을 획득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CGH도 협약의 전제 조건으로 세브란스병원이 JCI 인증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JCI 인증은 미국 병원인증 기준에 준하는 국제의료기관 인증으로 3년에 한 번씩 갱신해야 한다. 해외환자 유치에 있어 우리나라의 경쟁국인 싱가포르는 15개 의료기관이 JCI 인증을 받았다. JCI 인증을 받으려면 환자진료 부문 5개 분야, 병원관리 부문 6개 분야 등 총 11개 분야에서 368개 표준을 지키고 있는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철 세브란스병원장은 “이번 협약 체결은 미국 최대 보험회사 중 하나가 한국의 의료수준을 인정하고 자국 환자를 의뢰했다는 의미를 가진다”며 “한국 의료시장 활성화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