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의 핵 토레스스페인 대표팀 공격의 핵 페르난도 토레스. 그는 컨페더레이션스컵 예선 3경기에서 3골을 넣는 절정의 골 결정력을 과시했다. 블룸폰테인=로이터 연합뉴스
2006년 11월 이후 A매치 35경기 연속 무패 행진 중인 스페인 축구 대표팀이 21일 컨페더레이션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 앞서 스페인 국가를 듣고 있다. 블룸폰테인=로이터 연합뉴스
FIFA 랭킹 1위 스페인
A매치 15연승-35경기 무패행진
사비등 특급3인방 미드필드 장악
른 패스-개인기로 적진 유린
1588년 5월 28일 포르투갈 리스본. 에스파냐 펠리페 2세는 127척의 전함으로 구성된 대규모 함대를 이끌고 기세등등하게 영국 원정길에 올랐다. 같은 해 8월 7일 도버 해협의 칼레 연해. ‘해상의 왕자’로 군림하던 에스파냐 함대는 영국군의 기습적인 화공(火攻)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이 패배로 에스파냐는 전성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2008년 6월 30일 오스트리아 빈. 2008 유럽선수권대회 결승에 오른 스페인은 전차군단 독일을 1-0으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2009년 6월 21일. 스페인은 2009 컨페더레이션스컵(컨페드컵) 조별 리그 A조 최종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2-0으로 꺾었다. A매치 15연승 대기록. 2006년 11월 이후 A매치 35경기 연속 무패(32승 3무) 행진도 이어갔다.
둘 다 스페인 ‘무적함대’ 얘기다. 원조 무적함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새로운 무적함대의 역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총과 대포 대신 현란한 발기술과 빠른 패스로 무장한 이 무적함대는 지난해 7월 이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를 고수하며 1588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태세다.
스페인 축구를 정상으로 이끈 가장 큰 경쟁력은 강력한 허리 라인이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 세스크 파브레가스 등이 버틴 라인은 ‘미드필더의 교과서’로 불린다. 90%에 육박하는 패스 성공률과 한 박자 빠른 패스, 뛰어난 개인기를 무기로 장착한 이들은 상대의 어떤 압박도 무력하게 만든다. KBS 한준희 해설위원은 “현대축구에서의 승부는 미드필드에서 결정난다”며 “창조적이고 헌신적인 미드필더들은 스페인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무적함대는 공격과 수비 라인 역시 명품이다. 페르난도 토레스와 다비드 비야의 공격 원투펀치는 이번 컨페드컵 예선 3경기에서 3골씩을 쓸어 담았다. 특히 비야는 A매치 47경기에서 31골을 넣는 무서운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 견고한 수비 라인은 이번 컨페드컵에서 한 골도 용납하지 않았다.
20대 중반 선수들이 주축인 스페인은 이들 ‘골드 세대’가 청소년 시절부터 꾸준히 호흡을 맞췄기에 조직력도 뛰어나다. 25일 미국과의 컨페드컵 준결승을 앞둔 스페인은 승리할 경우 남아공과 준결승을 치를 브라질과 29일 우승컵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이탈리아를 3-0으로 꺾으며 상승세를 탄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과의 대결은 무적함대 스페인의 연승 행진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