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 주민 수능시험장 설치 촉구 서명경남 남해군 주민들이 수능시험장 설치를 촉구하기 위해 남해읍사무소 앞에서 서명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남해군
고사장 찾아 남해서 진주로… 정선서 영월로…
“시험 전날 모텔서 잠 설쳐 수능 망치지 않을까 걱정”
시험장 없는 시군 72곳 탄원
“대학수학능력시험 전날 모텔이나 찜질방에서 잠을 설치면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치를 수 있겠습니까.”
가까운 곳에 수능 고사장이 없어서 먼 거리를 이동해 수능시험을 치러야 하는 이른바 ‘원정 수능’에 대한 학부모, 학생의 불만이 크다. 전국적으로 고사장이 없는 시군은 72곳에 이른다.
‘보물섬’으로 불리는 경남 남해군민들의 반발이 가장 심하다. 남해군 학교운영위원회, 남해군의회, 남해교육연대, 학부모 등은 최근 ‘수능시험장 남해 유치 범군민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주민 서명을 받고 있다. 이들은 19일 권정호 경남도교육감을 만나 “6개 고교의 수험생 500여 명이 해마다 시험장이 있는 진주로 나가기 위해 버스를 전세 내거나 전날 출발해 진주의 숙박업소에서 하루를 묵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남해군 남해읍의 고교에서 모여 학교 측이 전세 낸 버스를 타고 오전 6시쯤 진주로 출발하려면 수험생과 학부모는 오전 3시 반∼4시에 일어나 준비를 해야 한다. 미조면 등지에서 읍내로 나가는 데 50분 정도가 걸리기 때문이다. 남해교육연대 문경호 대표는 “남해지역 상당수 수험생은 전날 잠을 제대로 자기 어렵고 모텔에서 잘 경우 비교육적인 환경 때문에 걱정이 많다”며 “규정만 내세우지 말고 교육 수요자의 입장에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해군 정재화 부군수는 “수험생 편의를 위해 수능 고사장을 남해에 설치하는 비용을 군에서 대겠다는 뜻을 경남도교육청에 여러 차례 밝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수능을 치르는 교실에 같은 학교 학생이 40% 이상이면 안 된다’는 등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기준이 있어 독립 시험장을 만들려면 최소 인원이 1000명은 돼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지역은 법과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은 20개 시군 가운데 10개 시군에만 고사장이 설치된다. 남해, 하동, 산청, 의령군과 사천시의 학생들은 힘들여 진주지역 고사장으로 원정을 가야 한다. 함안과 창녕군 학생은 마산시에서, 고성군 학생은 통영시에서, 함양과 합천군 학생은 거창군에서 각각 수능을 치르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수능을 치러야 하는 곳은 전남이 16개 시군으로 가장 많고 경기와 경북, 경남 순이다. 전남 광양시와 영광군, 화순군 주민들도 고사장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는 시험장이 설치되지 않은 자치구가 없다. 고교 3학년생 학부모인 고은희 씨(41·강원 정선군)는 “고사장이 있는 영월에서 잠을 잔 뒤 시험을 치르게 할 예정이지만 컨디션이 나빠 시험을 망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정선에도 고사장이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능을 주관하는 평가원은 “고사장을 새로 설치하려면 같은 고교 출신을 40% 이하로 해야 하고 성별, 탐구영역 선택 과목을 따로 구분해야 하는 등 복잡해 소규모 고사장을 두기 어렵다”면서 “그러나 시도교육청이 지역 여건을 고려해 관리 규정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시험장을 조금씩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정선=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