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는 휴먼 드라마… 스트레스 없고 원형탈모 탈출
영화를 떠나 만인의 관심을 받는 스타로서 그에게 사실 가장 궁금한 것은 역시 배우 송윤아와의 신혼생활이었다.
하지만 설경구는 이에 대해 아예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식으로 초반부터 단단하게 못을 박고 말았다. 다만 요즘의 일상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그와 가까운 이들은 충분히 예상하고도 남을 ‘지극히 평범한’ 결혼 생활일 것이란 짐작을 하게 했다.
“어제(21일)는 거실에 앉아서 ‘개그콘서트’를 봤지요. ‘분장실 강선생님’ 재미있던데. 봤어요? 어제 내용은….”
그러면서 설경구는 그 코너의 강유미 흉내를 ‘구성지게’ 냈다. 방청석에 나가보라 했더니 그는 대뜸 손사래를 쳤다. 매섭게 신혼생활을 추궁할 왕비호 때문일까.
화제를 돌려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 ‘해운대’(감독 윤제균)에 대해 묻자, 그는 “머리가 나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 영화는 배우 설경구에게 만성 위염이란 질병과 원형 탈모를 안겼다. 요즘 만병의 근원은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비롯된다고 하지 않던가.
사실 그의 출연작들을 돌아보면 조금 수긍이 갔다. 출세작인 ‘박하사탕’부터 ‘오아시스’, ‘역도산’, 최근작인 ‘강철중: 공공의 적 1-1’까지. 연기는 물론이고 흥행까지 꿋꿋하게 ‘홀로’ 책임져야 했던 “부담스러운 입장”이 대부분이었다.
설경구가 “머리카락이 다시 나게 한 작품”이란 표현으로 소개한 ‘해운대’에는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배우만 무려 8명.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을 실감하듯 과거 어느 때와 비교해 요즘 그는 편해 보였다.
설경구는 국내 최초의 재난 영화란 타이틀에 앞서 ‘해운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절절하게 녹아있는 “휴먼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남의 일 같던 쓰나미가 부산 해운대를 강타한다는 영화 설정은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한번쯤 깊이 생각하게 할 것이라 했다. 실제로 그런 처지라면 설경구는 어떻게 할까.
“자존심 꼿꼿하게 지키며 살다가 이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싶을 땐 풀리지 않고, 개운치 않게 남아있는 것들을 털고 싶겠지요. 용서를 구하고, 용서하고, 또 화해하지 않을지.”
엄청난 물난리 속에서 그가 맡은 최만식은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많이 급류에 쓸려 다니는 역할”이라고 했다. 거친 남성미를 과시했던 과거 출연작으로 볼 때 “설경구가 슈퍼맨처럼 모든 이들을 구원하지 않을까”라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역대 작품 중에서 가장 무기력한 놈”이란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그런 의미에서도 관객들에겐 무척 신선할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설경구는 “수영을 할 줄 모른다”는 의외의 사실도 털어놨다. 영화에서 물에 대한 공포는 연기가 아닌 실제상황에 가까웠다는 것. 맥주병은 설경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에, 그는 “그 또한 선입견”이라고 했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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