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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베이스볼] 타격 ‘박빙’…“발은 현수가 더 빠르죠”

입력 | 2009-06-23 08:30:00


‘김현수-페타지니’ 입체분석

[‘용호상박(龍虎相搏)’이란 표현이 딱 맞다. 누군가는 두 사람의 나이와 커리어 차이를 들어 ‘묵은 된장과 갓 만들어낸 된장의 차이’라고 했지만, 4할을 훨씬 웃돈 시즌 초반부터 페넌트레이스 반환점을 눈앞에 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두 사람의 뜨거운 타율 경쟁은 그야말로 ‘백지장 한 장’차이도 안될 만큼 치열하다. 한국 토종의 자존심인 ‘타격머신’ 김현수(21·두산)와 한때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했던 ‘페타신’ 페타지니(38·LG). 스포츠동아가 두 거물 타자를 입체 분석했다.]

○기록 분석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전반적으로 페타지니가 미세하게 앞서 있다. 특히 좌투수 상대에서는 페타지니(0.341)가 김현수(0.265)에 비해 월등하다. <표참조> 반면 김현수는 우투수 상대로 5할에 가까운 0.476을 기록, 좌투수 상대 약점을 만회했다. 페타지니는 0.403. 김현수가 페타지니에 비해 타석에서 더 공격적으로 임한다는 평가가 많지만 의외로 초구 공략 비율은 페타지니가 조금 더 높다. 두 타자 모두 초구 공략 시 타율이 5할을 넘는 점도 이채롭다.

○타구 방향 분석

한때 극단적으로 오른쪽으로 치우치는 ‘우편향 시프트’가 등장했을 정도로 페타지니는 잡아당기는 스타일. 이번 시즌 그가 만들어낸 안타 방향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센터라인을 기점으로 좌측에서 18개 안타를 생산했지만 우측에선 이보다 배가 넘는 41개 안타를 만들어냈다. 김현수는 페타지니에 비해 타구 방향이 전반적으로 고르다. 안타 분포가 부채살 모양이다. 특히 전체 87개 안타 중 좌중-중-우중에서 37개 안타를 생산, 43%% 정도가 센터라인을 향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이에 대해 “어린 선수가 이 정도면 정말 대단한 것이다”면서 “센터 쪽으로 치는 타격 매커니즘이 좋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상대하기 힘든 타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구안은 페타지니, 컨택 능력은 김현수

페타지니는 스탠스를 넓게 하고 앞발인 오른발의 움직임이 거의 없는 ‘정중동’의 타격 자세를 취한다. 전형적인 ‘레벨 스윙’에 가깝고 감아치는 스타일이라 바깥쪽 공은 높든, 낮든 다 강점을 보인다. 반면 김현수는 왼발에 중심을 두고 오른발을 움직이면서 타이밍을 잡는다. 방망이는 처음 나올 때 아래로 향했다가 곧바로 레벨스윙 궤적을 그린다. 페타지니는 선구안에서, 김현수는 컨택 능력에서 앞서는데 이 역시 타격폼과 무관치 않다. 페타지니의 타격폼은 안정적인데, 하체를 일정하게 하면서도 제 타격을 할 수 있는 건 기본적으로 파워를 갖추고 있어서다. 다른 타자들이 그의 타격폼을 흉내 낸다고 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 건 그래서다. 페타지니의 타격폼은 전반적으로 움직임이 적고, 그래서 머리와 눈의 흔들림도 적다. 빼어난 선구안은 기본적으로 여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김현수는 왼발에 중심축을 두고 오른발을 들었다 놓으면서 타이밍을 맞추는데 무릎 자체가 유연해 어떤 공이든 따라가면서 맞출 수 있는 컨택 능력이 빼어나다. 특히 떨어지는 구종에 강점을 보이고, 페타지니에 비해 볼도 안타로 만들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스트라이크존으로 본 강점과 약점

김현수는 얼마 전 “누구나 자신 있는 자기만의 존이 있기 마련인데, 페타지니는 그 존에 들어오는 볼을 절대 놓치지 않고, 나는 자주 놓치는 게 제일 큰 차이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페타지니존’과 ‘김현수존’을 비교해 보면, 두 선수가 강점이 있는 존은 거의 비슷하지만 페타지니가 좌우로 폭이 조금 더 넓고, 김현수는 상하폭이 상대적으로 넓다.<그래픽 참조>

페타지니는 빼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자신이 치기 힘든 공은 안 치고 자신 있는 공, ‘맛있는 공’이 올 때까지 인내하는 스타일. 그의 약점은 몸쪽 높은 곳인데, 페타지니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몸쪽 낮은 곳에 볼을 찔러 하체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그 다음에 몸쪽 높은 공을 뿌리는 게 제일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현수는 상대적으로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아래에 꽂히는 볼에 약점을 갖고 있다. 김현수는 약점에 꽂히는 볼을 커트해 내는 능력이 페타지니에 비해 더 낫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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