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이 23일 국내 첫 존엄사를 실시함에 따라 1년여 넘게 끌어온 연명치료 중단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번 존엄사 논쟁은 2008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모(당시 76세·여)씨의 가족들은 환자에게 영양공급을 중단하고 응급심폐소생술을 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서울서부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한편 이후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는 본안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그해 7월 서울서부지법은 "치료가 의학적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인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의 결정만으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옳지 않다"며 김씨 가족의 '존엄사'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가족들이 낸 본안소송에서는 연명치료 중단 요청이 받아들여졌다. 서울서부지법은 11월28일 "인공호흡기 부착 치료행위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판단되고, 환자가 무의식 상태이지만 환자의 진정한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면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법원은 자녀의 치료중단 청구는 기각했다.
이에 세브란병원은 당시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1심 판결에 불복해 2심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법원의 판단을 묻은 비약상고를 결정했다.
당시 병원 측은 "존엄사에 대한 최고법원의 인정을 받기 위해 1심 판결에 불복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씨의 가족과 변호사 측이 비약상고 제안을 거부함에 따라 세브란스병원은 12월18일 2심 법원에 항소장을 냈다.
그러나 올해 2월10일에 나온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도 1심의 판결을 뒤집지 못했다. 당시 서울고법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기계장치로 연명하는 경우라면 치료중단이 가능하며 환자가 사전에 문서로 뜻을 남기지 않았더라도 본인의 뜻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면서 1심과 같이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월24일 2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 상고를 최종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 5월21일 대법원의 판결도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은 "환자의 상태에 비춰볼 때 짧은 기간에 사망에 이를 것이 명백할 때 치료를 계속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어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해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며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했다.
결국 존엄사 논란이 시작된 지 1년 1개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온 지 1개월여 만에 존엄사가 시행됐지만, 아직까지 존엄사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가 없어 이들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인터넷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