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년 러일전쟁 참전 당시 제정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이었던 전함 바랴크. 사진 제공 러시아 얀덱스닷컴
인천서 침몰 바랴크호 깃발 등 전시 위해 러시아로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에서 침몰됐던 러시아 전함 바랴크의 유물이 105년 만에 러시아로 돌아간다. 빅토르 페트라코프 러시아 문화재감독청 부청장은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러일전쟁 당시 인천 월미도 앞바다에서 일본군에 피습된 바랴크의 깃발, 포탄, 탄피 등 10여 점의 유물을 7월 26일 러시아 해군의 날을 맞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시 박물관에 전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페트라코프 부청장은 이를 위해 이달 초 인천시립박물관을 방문해 유물 운송비와 보험료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제정러시아 시절 해군 제독들의 후손들은 지난해 3월 “러일전쟁 후 침몰된 바랴크를 인양해 달라”는 탄원서를 러시아 정부에 냈다. 제정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이었던 바랴크는 1904년 2월 일본이 중국 뤼순(旅順) 항을 기습할 당시 제물포항(지금 인천항)에서 일본 군함과 교전하다 침몰했다.
전쟁이 끝난 뒤 일본군은 수심 50m 지점에 가라앉아 있던 이 배를 건져 일장기를 달아 전시했다가 제정러시아에 팔았다. 제정러시아는 1916년 이 배를 영국으로 끌고가 수리를 맡겼지만 1917년 10월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자 다시 독일에 팔아 넘겼다. 당시 이 배는 독일군에 의해 예인되다가 스코틀랜드 앞바다에서 암초에 걸려 침몰되기도 했다.
러시아 탐사팀은 2005년 이 배를 발견했으나 심하게 부식돼 인양을 포기할 것을 건의했지만 해군 제독의 후손들이 “한 조각의 유물이라도 러시아에서 전시하면 큰 교훈을 얻을 것”이라며 인양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는 바랴크를 발견한 뒤 이 배를 소재로 한 영화의 제작비를 지원하는 한편 스코틀랜드 현지에서 기념비 건립을 지원했다.
페트라코프 부청장은 “러일전쟁 당시 바랴크의 함장은 전세가 기울자 ‘적에게 전함을 넘겨줄 수 없다’는 생각에서 배를 침몰시켰다”며 “이번 전시회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뜻 깊은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문화재감독청은 내년 한-러 수교 20주년을 앞두고 바랴크 유물 전시회를 에르미타시 박물관에 이어 모스크바 등 6개 러시아 도시에서 열 계획이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