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포르테-라세티
각사 대표車로 떠올라
뉴 SM3도 돌풍 예고
국내 세단형 승용차 시장의 주도권이 중형차에서 준중형차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GM대우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회사의 ‘간판’ 차종도 속속 준중형차로 바뀌고 있다.
르노삼성차가 다음 달 본격 판매에 들어가는 ‘뉴 SM3’는 사전계약 시작 열흘 만인 24일 계약 건수가 5000대를 돌파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다음 달 판매량이 최소 1만 대에 이를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기존 SM3가 처음 출시된 2002년 9월 판매 대수가 4000여 대였고, 르노삼성차의 간판 모델인 중형 ‘SM5’도 월평균 판매량이 4000대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반응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신차 효과가 반영됐다고 하더라도 최근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기대 이상의 돌풍으로 보고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다음 달에는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도 없고 아직 정확한 가격도 공개하지 않은 상황인데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예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준중형차의 돌풍은 다른 회사에서는 이미 올 초부터 일찌감치 불어닥쳤다. 현대차의 ‘아반떼’는 2월 국내 승용차 판매 부동의 1위인 ‘쏘나타’를 제치고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아반떼가 쏘나타를 앞지른 것은 2007년 현재 모델이 처음 출시된 직후 신차효과로 잠깐 1위로 올라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준중형인 ‘i30’ 판매량까지 합쳐도 11만7000여 대로 쏘나타 판매량(12만3000여 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i30와 합치면 매월 쏘나타 판매량을 크게 웃돌고 있다.
기아차의 간판 모델인 중형 ‘로체’와 준중형인 ‘포르테’의 역전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2006년 이후 기아차의 준중형 모델은 중형 모델 판매량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5월까지 월간 판매량에서 포르테는 로체에 한 차례도 뒤진 적이 없을 정도로 압도하고 있다.
GM대우차도 상황이 비슷하다. 간판 차종인 중형 ‘토스카’는 지난해 2만953대가 팔려 준중형인 ‘라세티’ 판매량(8974대)의 2배를 넘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라세티 프리미어’가 출시된 이후에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올해 들어 라세티 프리미어는 경기 침체와 GM 파산 등 악조건 속에서도 1∼5월 1만3453대가 판매돼 토스카 판매량(3139대)을 크게 앞지르며 GM대우차의 ‘대표 선수’로 자리를 굳혔다.
이 같은 변화는 경기침체 여파로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진 영향도 있지만 각 회사가 경쟁적으로 준중형의 ‘덩치’를 키우고 고급 편의장치를 채택해 중형차와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준중형차는 폭넓은 잠재 고객층을 갖고도 크기와 사양 등이 중형차에 미치지 못해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끌어당기지 못했다. 자동차업계에선 “체면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큰 차를 선호하던 국내 소비자의 자동차 구입 패턴도 점차 실용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