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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이경수]녹색에너지 ‘인공태양’ 주도를

입력 | 2009-06-25 02:55:00


인류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할 문제가 두 가지 있다. 바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를 저지하는 일과 자원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하는 일. 이 두 개의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인류가 얼마나 풍요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인류가 당면한 이 두 개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한다면 물리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등 여러 분야의 노벨상을 동시에 받아 마땅할 정도로 인류에 지대한 공헌을 할 뿐 아니라, 그 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질 것이다.

이처럼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가 핵융합 기술이다. 지난해 미국 공학 한림원이 인류가 삶의 질을 개선하고 보존하기 위해 추진해야 하는 ‘위대한 도전’ 과제 14가지 중 하나로 선정했는데 기존 에너지원의 한계를 극복할 최적의 녹색에너지로 꼽힌다. 핵융합은 태양이 빛과 열에너지를 내는 원리이다. 초고온의 플라스마 상태인 태양의 중심에서는 수소원자핵이 융합하여 헬륨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이것이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살아 숨쉬게 하는 태양에너지의 비밀이다. 과학자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지구상에서 실현하여 인류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무한 청정에너지인 핵융합에너지를 지구에서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은 태양보다 훨씬 뜨거운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어떻게 가두고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도록 하느냐이다. 핵융합연구자는 자기장의 힘을 이용해 플라스마를 가두는 토카막이라는 장치를 개발했고, 이는 현재 가장 상용화 가능성이 큰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핵융합 기술 개발이 인류 공동의 문제인 만큼 선진국은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모든 기술과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시작된 일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이다. 핵융합 연구의 선두주자인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러시아에 이어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이 절실히 필요한 중국과 한국, 인도가 추가되면서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참여하는 역사상 최대 국제 공동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ITER는 지난 반세기 동안 선진국이 달성한 핵융합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핵융합 발전의 실현을 검증하는 마지막 관문에 해당한다. ITER에 참여하는 7개국은 인류의 번영을 약속할 막중한 과제 해결에 참여하는 셈이지만 한편으로 차세대 에너지 패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들어선 것이기도 하다. 자원을 바탕으로 하는 에너지 시대에서 기술을 중심으로 한 ‘지식에너지’ 시대로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볼 때 ITER는 대표적 지식에너지인 핵융합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은 수십 년이나 뒤늦은 후발주자이지만 1995년 말 시작된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개발에 성공하고 지난해 최초 플라스마를 달성하면서 핵융합 연구 주도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또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녹색성장을 위한 ‘27대 중점 녹색 기술’에 핵융합 기술을 포함하면서 정부의 든든한 정책적 지원을 얻게 됐다. 궁극적 녹색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서 ITER 사업 참여와 KSTAR의 전략적 운영을 계획한 우리나라는 핵융합 기술의 선도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인류 공동의 꿈이자 녹색에너지의 미래 비전인 핵융합 원천기술 확보로 에너지 자립국을 넘어 에너지 수출국이 되는 조국의 미래를 기대한다.

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