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개혁방안, 여권의 핵심의제로 부상
《이명박 대통령이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비 절감, 입시 위주의 대입제도 개선을 강조하면서 사교육 대책이 여권의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과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4월 추진했다가 교육과학기술부와 한나라당 일부의 반대로 흐지부지됐던 ‘오후 10시 이후 학원 심야교습 금지’ 구상도 이 대통령의 사교육 대책 발언과 맞물려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여의도硏 ‘학원 심야교습 금지’ 등 다시 바람몰이
교과부 “방향 맞지만 충분한 시간갖고 준비해야”
이 대통령은 24일 16개 시도교육감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가난한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지 못해 대학 진학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사교육 관련 집단세력이 세다는데 그래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잘 안되는 것 아니냐”며 서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로드맵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은 물론 당선 뒤에도 여러 차례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고 밝혔지만 정부의 사교육 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심지어 가계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사교육비로 쓰는 상황이 계속되자 직접 사교육 대책을 챙기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사교육 대책 강조는 최근 국정기조로 제시한 중도실용과 친(親)서민 행보와도 맥이 닿아 있다. 실제 이 대통령에게 사교육 폐해를 이대로 방치하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는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교육 문제를 잡지 않으면 다른 정책을 아무리 잘해도 서민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는 게 청와대와 여권 핵심관계자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곽 위원장과 정 의원이 추진했던 사교육 대책안에 다시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두 사람은 ‘학원 심야교습 금지’ 법제화가 4월 말 당정협의에서 좌초된 뒤 자신들이 구상했던 사교육 근절 방안을 되살릴 묘안을 모색해 왔다. 정 의원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소장 진수희 의원)가 26일 ‘사교육과의 전쟁 어떻게 이길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여는 등 바람몰이에 나선 것은 이 대통령의 사교육 대책 의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의도연구소는 교육당국이 공교육 내실화를 강조했지만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사교육 경감 및 입시제도 개선을 위해 다양한 안을 내놓았다. 주요 내용은 △오후 10시 이후 학원 교습 금지 △외고 입시에서 수학 과학 가산점 폐지 △방과 후학교의 민간위탁 운영 및 평가 강화 △입학사정관제 도입 △교원평가제 실시 등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구상에 당내 교과위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임태희 전 정책위의장 때는 일부 교과위원들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최구식 제6정조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교육개혁 의지를 강하게 밝힌 만큼 당에서 어떻게든 사교육 경감 방안 논의가 다시 촉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과부는 “당 차원의 토론회 안건에 대해 미리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어렵다”며 “내신제도 변경을 적용하려면 ‘대입 주요 제도 변경은 3년 전에 예고해야 한다’는 규정에도 어긋난다. 중고교 내신이 모두 무용지물이 돼 공교육 붕괴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과부 고위당국자는 “방향은 맞지만 정책 추진 부처인 교과부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차분히 준비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