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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중 피격 사망자 가족에 “총알값 3000달러 내라”

입력 | 2009-06-25 02:56:00


WSJ “이란 당국 황당요구”

이란 당국이 격렬한 시위 와중에 총을 맞고 사망한 청년의 유족에게 3000달러 상당의 ‘총알 사용료(bullet fee)’를 요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4일 보도했다.

연기자 지망생 카베 알리푸르 씨(19)는 결혼식을 1주일 앞두고 20일 테헤란 중심부 교차로에 서 있다가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연기 수업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의 가족은 그가 정치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으며, 최근 이란 정국을 달군 시위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족의 증언에 따르면 알리푸르 씨는 보안군이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며 총을 난사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총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외아들이 밤새 들어오지 않자 걱정이 된 아버지는 이른 새벽부터 병원을 돌며 아들을 찾아 다녔다. 영안실에서 아들의 시신을 발견한 아버지는 이란 당국에서 시신을 인수하려면 3000달러의 비용을 지불하라는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총알 사용료’라는 명목으로 보안군이 사용한 실탄 비용을 청구한 것. 테헤란 시내 한 건물에서 수위로 일하는 아버지는 전 재산을 모아도 3000달러가 되지 않는다며 총알 사용료 지불을 거부했다.

이란 당국은 유족들이 테헤란에서 장례를 치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총알 사용료를 면제해줬다. 알리푸르 씨의 시신은 가족이 있는 라시트로 조용히 이송됐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