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파추적보다 명중률 높아
하늘을 날아가 잠수함을 격파하는 어뢰 ‘홍상어’가 국내에서 개발돼 최근 첫선을 보였다. 홍상어는 잠수함이 있는 바다 위까지 날아간 다음 물속에 들어가 단숨에 적 잠수함을 파괴할 수 있다. 물속에서 발사하는 어뢰보다 훨씬 빠르고 사정거리도 늘었다.
한 발에 20억 원씩 하는 홍상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 있다. 바로 잠수함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찾아내는 기술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잠수함이 지나간 흔적을 쫓는 기술을 개발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최상문 책임연구원은 잠수함의 프로펠러와 선체에서 발생하는 물의 불규칙한 흐름을 수면 위에서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해 최근 열린 ‘2008년 국방연구개발 성과발표대회’에서 발표했다.
대 잠수함 로켓형 어뢰 ‘홍상어’ 발사 현장
물속에서 움직이는 물체 뒤로는 물이 어지럽게 흔들린다. 잠수함이 지나간 자리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물결의 흐름이 남는다. 이 흐름은 파도가 번지듯 수면까지 전달되는데 연구진은 이 파동을 감지해 물체의 형태와 위치를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어뢰와 잠수함 간 싸움의 승패는 서로의 위치를 추적하는 기술에 좌우된다. 빛이나 전자파가 잘 전달되지 않는 물 속에서는 음파가 가장 좋은 탐지도구다. 음파는 물속에서도 1초에 1500m로 빠르게 전달된다. 음파를 이용해 물체를 탐지하는 기술을 소나라고 부른다.
소나는 잠수함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탐지하는 음파탐지기와 음파를 발사해 잠수함에 부딪쳐 나오는 반향파를 탐지하는 능동형 소나로 나뉜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소나를 이용해 잠수함 본체가 아닌 물결의 파동을 인식하는 것이다. 미세한 파동만 있어도 추적이 되기 때문에 더욱 넓은 지역을 탐지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어뢰 앞에는 소나가 달려 있다. 잠수함이 어뢰를 피할 때도 잠수함의 소나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어뢰보다 더 빠르게 전달되는 어뢰의 음파를 소나가 감지하기 때문이다. 어뢰를 확인한 잠수함은 큰 소리를 내는 기만기를 내보내 어뢰를 엉뚱한 곳으로 유도한다. 기만기에 속지 않으려는 어뢰 기술이 개발됐지만 번번이 새로운 기만 기술에 막히던 상황이었다. 최 연구원은 “실험 결과 물결의 파동을 추적하는 기술을 적용한 어뢰가 기존의 어뢰보다 높은 명중률을 나타냈다”며 “기만 기술이 통하지 않는 이 기술을 홍상어에 적용하면 잠수함에 가장 위협적인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