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미국 뉴욕 패션주간에서 선보인 ‘패션우주복’. 2011년 ’로켓플레인 XP’를 타고 우주관광을 떠나는 여행객은 스타일을 살린 우주복을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제공 뉴욕패션주간
美 민간우주여행시대 맞춰 우주복 개발
“생명유지 시스템 갖추고 캠코더 등 내장”
20일 미국의 한 커플이 최초로 ‘무중력 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낳았다. 지상 10km에서 수직 하강하는 비행기 안에서 몸이 둥둥 뜬 채 결혼서약을 한 것. 특히 이날 신부가 입은 ‘무중력 웨딩드레스’는 자연스럽게 나풀거리며 새 신부의 설렘을 표현했다. 이 드레스는 ‘패션 우주복’으로 유명한 일본 패션디자이너 마쓰이 에리 씨의 작품이다.
우주에 갈 땐 스타일은 포기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미국의 민간 우주여행사 로켓플레인은 2011년을 목표로 지상 100km까지 올라가는 민간 우주선 ‘로켓플레인 XP’를 개발하면서 이때 관광객이 입을 패션 우주복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 롱드레스-챙 넓은 모자가 우주복?
로켓플레인 XP는 길이 12.8m로 승객 3명과 조종사 1명이 탈 수 있다. 마하 3.5의 속도로 고도 100km까지 수직으로 치솟는데 이때 탑승객들은 3, 4분간 무중력을 경험하면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호사를 누린다. 우주관광 비용은 25만 달러(약 3억2000만 원).
5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즐거움을 위해 거금을 투자하는 관광객에게 무거운 우주복에 헬멧, 마스크까지 거추장스러운 복장을 입혀야 할까. 로켓플레인은 우주인이 입는 두툼하고 단조로운 기존 우주복 대신 디자이너 마쓰이 씨와 함께 기능적이면서도 안전하고 스타일까지 살린 패션 우주복을 개발했다.
2월 미국 뉴욕에서는 ‘우주 패션’이라는 주제로 패션쇼가 열리며 이들이 개발한 패션 우주복 16가지를 선보였다. 롱드레스, 일체형 바지 등 스타일은 다양했다. 챙이 넓은 우아한 모자와 정교한 레이스 장식의 새하얀 웨딩드레스도 세 작품이나 등장했다. 모녀가 함께 입을 수 있는 커플룩은 몸에 착 달라붙는 원피스 위로 망토를 걸칠 수 있도록 했다. 로켓플레인은 내년 2월 우주복 디자인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민간 우주선 ‘스페이스십투’를 개발해 우주관광을 준비 중인 영국의 버진갤럭틱도 고정관념을 깨는 디자인으로 유명한 필리프 스타르크 씨와 함께 패션 우주복을 개발하고 있다.
○ 산소공급-압력유지 장치도 고려
관광객용 우주복이라 하더라도 폼 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이주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과학팀장은 “우주 관광도 우주의 시작점으로 불리는 고도 100km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생명유지시스템을 갖춘 우주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주선 내부 기압이 낮아지거나 산소가 부족한 비상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상 7∼10km 상공에서 무중력 상태를 체험할 때는 일상복을 입어도 괜찮다. 하지만 100km 상공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우주선에 공기가 샐 경우 질식사할 위험도 있다. 이 팀장은 러시아의 선내 우주복인 ‘소콜’처럼 위아래가 붙은 일체형 바지를 기본 모델로 추천했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도 작년 4월 우주에 갈 때 이 옷을 입었다. 소콜 내부에는 산소를 공급하고 몸속의 체액이 끓지 않도록 압력을 유지하는 장치가 들어 있다.
이미 소콜과 닮은 관광용 우주복을 내놓은 곳도 있다. 2012년 우주관광을 준비 중인 미국의 민간 항공우주기업 엑스코에어로스페이스는 IS3이라는 독특한 우주복을 준비했다. 2007년 처음 선보인 이 우주복은 미적 감각보다는 안전성에 초점을 맞췄다. 통기성이 좋은 폴리우레탄 소재를 사용해 150km 이상의 고도에서도 필요한 기능을 다한다. 무게도 20kg으로 비교적 가볍다. 우주 관광 중 아이팟으로 음악을 듣고 아름다운 지구를 배경으로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을 수 있도록 미니 캠코더도 내장했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제협력팀장은 “미국은 달이나 화성에서 활동할 우주인을 위해 스키니 진처럼 몸에 꽉 맞거나 먼지가 달라붙지 않는 차세대 우주복을 개발 중”이라며 “가볍고 편안하며 활동적인 것은 물론 날씬해 보이는 관광객용 우주복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