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의 한국전쟁 기념공원에는 연간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찾는다. 전사자들에게 꽃을 바치며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는 명소다. 6·25 당시 미군 3만6000여 명이 전사했다. 사망자 중 최고위 장성인 월턴 워커 8군사령관(중장)은 아들과 함께 참전했다가 같이 전사했다. 밴 플리트 장군과 마크 클라크 장군(유엔군사령관)도 함께 참전했던 아들을 잃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영웅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34대 대통령)의 아들 역시 이 땅에서 산화했다.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의 비문(碑文)에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고 쓰여 있다. ‘미국은 조국의 부름을 받고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들, 전혀 알지도 못했던 나라의 자유를 위해 달려갔던 자랑스러운 우리 아들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글귀도 있다.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에도 국군 및 유엔군 전사자와 무명용사 등 20여만 명을 기리는 ‘추모의 공간’과 ‘Freedom is not free’라는 똑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개관 15주년을 맞은 이곳엔 요즘 하루 3000여 명이 다녀간다.
▷젊은 세대에게 6·25는 ‘잊혀진 전쟁’이 돼가고 있다. 목숨을 걸고 자유를 지켜준 참전용사들이 없었더라면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의 은인(恩人)들이다. 이맘때 미국에서는 중소도시에서도 백발의 6·25 참전 용사들이 군복 차림에 훈장을 자랑스럽게 달고 연단에 올라 시민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는다. 주민축제의 영웅들이 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촛불만 널려 있고 6·25가 없는 우리의 6월과는 대조적이다.
▷6·25 남침 60주년인 내년부터 전사자 유해 발굴이 비무장지대(DMZ)로 확대된다. 유해는 지난 10년간 3000여 구를 찾았으나 아직도 13만여 명이 묻혀 있다. 6·25 당시 한강에 추락한 전투기 조종사의 유해를 찾겠다며 작년 5월 한강 바닥을 뒤진 미국의 열정이 감동을 준 바 있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You are not forgotten)’는 미국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 차제에 560여 명에 이르는 생존 국군포로 송환 방법도 적극 모색할 일이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