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7월 1일부터 중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컴퓨터에 ‘음란 및 폭력물 접근을 차단하는 웹 필터링 소프트웨어’인 ‘그린 댐’ 설치 의무화를 강행할 태세다. 이 소프트웨어를 장착하지 않으면 중국 내에서 컴퓨터를 팔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5월 하순 공업신식부가 이런 방침을 발표한 후 중국 내에서는 인터넷 검색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누리꾼들이 반발했지만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다.
이어 주중 미국대사관이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무역장벽이 될 수 있다는 의견서를 보낸 데 이어 미국 상무장관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까지 나서 중국 정부에 서한을 보냈다. 델이나 HP 등 업체들의 뜻을 대변한 것이지만 중국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그린 댐 논란은 표면적으로는 인터넷 자유 및 무역장벽 논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기저에는 중국 정부가 ‘중국 국내 시장의 힘’을 본격적으로 외부에 무기로 행사하려는 뜻이 담겨있다. 중국에서 지난 한 해 판매된 컴퓨터는 3218만 대이며 누리꾼은 3억 명에 가깝다. 컴퓨터 업체라면 이 시장을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무시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싫으면 중국 시장을 떠나라’는 식이다.
그린 댐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만든 중국의 K업체는 허난(河南) 성 정저우(鄭州)에 있는 지난해 수입이 40억 원에 불과한 작은 업체다. 중국 누리꾼들은 이 소프트웨어가 ‘돼지를 인체의 나체’로 인식할 정도로 허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파룬궁 관련 사이트 등의 접근을 차단하는 기능이 있어 ‘정치적 통제 목적’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이 시장을 무기로 업체를 굴복시킨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구글이 외국의 음란물을 유포한다며 중국에서 접속하는 영문 사이트를 폐쇄토록 했다. 상당수 인터넷 업체들은 중국의 언론 통제에 협력해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정보를 내주거나 민감한 내용을 삭제하는 등 협조하며 영업을 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국 경제성장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59.8%였다. 중국은 세계를 시장으로 해서 성장했고 지난해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에는 자유무역의 전도사로 행세하고 있다. 이런 중국이 좀 더 개방된 체제로 나가야 한다는 세계 각국의 주문은 자연스러운 기대가 아닐까. 국력이 커지면 국제사회의 책임도 따라서 커지는 법이다. 이제 중국이 부응해야 할 시점이다.
구자룡 베이징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