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제적 이유로 막판에 취소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영국이 독일군을 향해 공중에서 독침을 대량 투하할 계획이었다고 더 타임스 등 영국 언론이 26일 전했다. 영국 정보공개법에 따라 이날 비밀 해제된 문서에 따르면 영국과 캐나다 과학자들은 폭탄 속에 다트 형태의 독침 3만 개를 넣어 공중에서 투하하는 방식의 ‘신종 화학무기’를 개발했다.
‘1급 비밀’로 분류된 이 연구는 1941년 말부터 1945년 초까지 영국 포턴다운 화학생물무기연구소와 캐나다 서필드연구소에서 공동 진행했다. 속이 빈 원통 형태의 아연 합금 바늘 안에 우레탄 합성 독극물을 주입하고 수직낙하할 수 있도록 꼬리를 달아 다트 모양의 독침을 개발했다. 투하 고도에 따라 만년필 모양, 주머니칼 모양 등 형태도 다양했다.
캐나다에서는 양과 염소를 대상으로 독성 실험까지 실시했다. 연구진은 “독침을 맞고 30초 내에 제거하지 않으면 1∼5분에 의식을 잃고 30분 내에 사망한다”며 “제시간에 뽑더라도 무기력해져 전투를 수행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의 요청에 따라 영국의 한 재봉틀 회사는 영문도 모른 채 바늘 샘플을 제공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장기전에 대비해 미국에서 독침용 바늘 3000만 개를 생산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도 추진했다. 하지만 비경제적이라는 논란 속에 ‘독침공격’ 계획은 막판에 취소됐다. 최초 기습공격에서는 효과적이지만 2차 공격 시 대피소로 피해버리면 소용이 없다는 이유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