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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수호위 “역대 대선중 가장 공정… 부정 없었다”

입력 | 2009-06-27 03:00:00


이란사태 2주째… 시위 약화
개혁파, 하메네이 견제 논의

대통령선거 부정 의혹을 조사 중인 이란 헌법수호위원회가 “6·12대선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가장 깨끗한 선거”라고 선언했다고 이란 관영 IRNA통신이 보도했다.

아바스 알리 카드코다에이 위원회 대변인은 26일 “지난 열흘간 부정선거 의혹 사례를 조사했으나 그 어떤 부정행위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6·12대선은 공정하게 치러졌다고 밝혔다.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해 온 헌법수호위원회의 이날 선언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의 재선을 기정사실화하는 동시에 이란 당국이 선거무효화를 외치는 개혁파와 시위대의 요구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란 당국이 연일 전방위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반(反)정부 시위 움직임이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 강경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승부를 겨뤘던 개혁파 후보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가 나흘간의 침묵을 깨고 25일 ‘저항 의지’를 재천명했지만 오히려 자신의 무기력함을 드러냈다고 뉴욕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한때 무사비 전 총리를 상징하는 녹색 손목 밴드와 머리띠를 한 채 수십만 명이 쏟아져 나오던 테헤란 거리는 대체로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테헤란 주요 거리를 장악한 이란 경찰과 친정부 민병대가 삼엄한 경계태세를 펴면서 예정됐던 집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시위 도중 숨져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른 20대 여성 네다 아그하 솔탄이 묻힌 테헤란 남부 베헤슈티자흐라 공동묘지에는 소규모 군중도 강제 해산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시위대도 경찰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길거리에서 모이는 대신 오후 10시 지붕 위로 올라가 “신은 위대하다”,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해외에 망명 중인 이란 출신 정치 분석가는 “무사비 앞에 놓인 유일한 선택은 지지층에 도움을 청해 그들이 대신 나가 싸우게 하는 것뿐”이라며 “하지만 반정부시위대는 무사비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경멸심에서 거리로 나갔다”고 무사비 전 총리의 한계를 지적했다.

개혁파 진영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권력을 제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범아랍권 신문 ‘아샤르크 알아우사트’가 25일 보도했다.

개혁파 동맹에는 무사비 전 총리와 메디 카루비 전 의회의장 등 낙선 후보들과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모하마드 하타미 등 전직 대통령, 그리고 상당수 성직자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성직자 회의 수장인 라프산자니는 그동안 성지 콤에 머물면서 종교지도자들과 함께 하메네이의 권력을 견제할 방안을 논의한 뒤 24일 테헤란으로 돌아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세계 각국은 평화적 해결을 외면하고 강경 진압을 고수하는 이란 당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8개국(G8)은 26일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대선 이후 시작된 폭력사태를 평화적 방법을 통해 빨리 중단할 것”을 이란 당국에 요구했다. G8 국가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이란의 주권을 존중하지만 이와 동시에 민간인 사망자를 낳은 폭력사태를 개탄한다”며 “이란이 인권을 존중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