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주최로 열린 ‘중산층과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사교육과의 전쟁 어떻게 이길 것인가’ 토론회에서 안선회 한국교육연구소 부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사교육비 경감 긴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안 부소장 오른쪽은 이날 토론회를 마련한 정두언 의원. 김동주 기자
■ ‘사교육 전쟁’ 열띤 토론
“학원 심야교습 제한 빨리 입법을”
안선회 한국교육연구소 부소장(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이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7대 긴급대책’을 통해 “내신을 잡아야 사교육비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 “내신이 사교육 부추겨”
안 부소장은 한국은행의 ‘학원 경상수지 변동’ 자료를 토대로 “2004년 참여정부 시절 2008학년도 이후 대입에서 실질 내신 반영 비율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후로 내신 사교육비가 크게 늘었다”고 비판했다.
한재갑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연구소장은 “안 부소장의 견해에 동의하지만 내신 부풀리기 방지, 성취 기준표 마련, 대학별 특성화 반영 장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학원 강사 출신으로 좌파 성향인 교육평론가 이범 씨도 “설문조사를 해보면 교사의 50% 이상이 대학수학능력시험 때문에 사교육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학부모의 60% 이상은 내신 때문에 사교육비가 늘어난다고 한다”고 말했다. 강윤봉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공동대표는 “내신 절대평가는 찬성하지만 내신 비중을 줄이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입시제도 개선
선행학습과 과도 경쟁을 부추기는 대학, 특목고 입시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도 이견이 별로 없었다.
한 연구소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요 이슈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며 “점수 중심의 선발제도를 잠재적 능력 선발로 방향 전환하지 않으면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선희 한국노총 정책본부국장은 교과과목별 점수제, 일제고사 폐지 등 창의력 중심으로 초중등 교육을 개편하고 학문중심 4년제 일반대학과 전문가 양성 대학, 기술교육 중심의 산업대학 등으로 대학을 기능별로 재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씨는 “내신 위주 대입 전형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역균형 선발효과를 낼 수 있도록 여러 대안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학원비는 투명하게, 공교육은 제자리로”
강 대표는 “학원 교습 시간 제한이 다수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만큼 조속한 법제화를 기대한다”며 “학원인증제와 에듀 마일리지를 도입하면 학부모들이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도 “학원비 상한제 도입, 학원비 카드사용 의무화, 학원 교습 시간 오후 10시 제한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 확대, 학급당 학생 수 20명 수준으로 조정, 국민총생산(GDP) 대비 7% 수준으로 공교육 재정 확보 등 장기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연구소장은 “EBS 등 공공기관은 입시 위주가 아닌 학교 정규 교육 과정 지원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우수 현직교사를 EBS에 파견해 콘텐츠 개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 경희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는 “역사적으로 대통령 대부분이 집권 2년차에 개혁 성과를 냈다”며 “교육 개혁을 강조하는 현 정부도 집권 2년차를 맞아 신중하되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