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로 연명장치인 인공호흡기를 뗀 김옥경 할머니(77)의 건강상태가 악화와 회복을 반복하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26일 오전 6시 한때 김 할머니의 체내 산소포화도가 78%까지 떨어져 위험한 상태에 있다가 이후 점차 올라 오후 10시 현재 95%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치의인 박무석 교수는 “전날보다 상태가 악화됐지만 다소 안정을 찾고 있어 지금으로서는 언제 사망할지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몸 안에 산소를 필요한 만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산소포화도가 적어도 85% 이상 돼야 한다. 이보다 적을 경우 몸 안에 산소 공급이 부족하게 되고, 이런 상태가 장시간 유지되면 저산소증이 오면서 장기가 손상될 수 있다. 현재 김 할머니에게는 항생제, 항구토제, 위보호제 등 5종류의 약이 투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 할머니가 이론상으로는 10년 이상이라도 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뇌사자는 자발호흡이 안 되기 때문에 호흡기를 떼면 바로 사망하고, 호흡기를 달고 있어도 호르몬 불균형과 장기 손상으로 길어야 2주를 넘기지 못한다. 그러나 김 할머니와 같은 식물상태 환자는 합병증 치료만 잘해 주면 장기간 생존이 가능하다. 뇌간(뇌줄기)이 살아 있어 자발호흡이 가능하고 호르몬 균형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장은 “식물인간 상태였던 미국의 캐런 퀸란은 호흡기를 뗀 후에도 10년을 더 살다가 폐렴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사망했다”며 “식물상태의 인간은 폐렴, 욕창 등 합병증 치료만 잘해주면 10년 이상도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할머니는 현재 호흡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언제까지 수명을 유지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들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존엄사 그 이후…세브란스 병실“존엄사 할머니 호흡 계속, 생명유지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