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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빚내 몸집 불리기’ 3년만에 白旗

입력 | 2009-06-28 19:28:00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결국 대우건설을 포기했다. 재계와 금융계에서는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 매각을 성공적으로 추진한다면 그룹의 재무 건전성은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매각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 잇따른 대형 인수·합병(M&A)으로 성큼성큼 재계 서열을 올려가던 금호아시아나의 꿈은 이번 재매각 결정으로 일단 좌절됐다.

●무리한 M&A, 그룹 발목 잡아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 국내 건설업계 1위인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일약 재계 서열 11위에서 8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대한통운까지 인수해 9위와의 격차를 벌렸다. 인수 당시 가격은 대우건설이 6조4000억원, 대한통운이 4조10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형 M&A로 '몸집'을 불리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인수하면서 얻은 '빚'이 그룹의 앞길을 막았다.

대우건설 인수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재무적 투자자인 18개 금융기관에서 인수 자금 3조원 정도를 빌렸다. 그리고 담보로 3년 뒤 주당 3만1500원에 대우건설 주식을 되산다는 풋백옵션을 제시했다. 대우건설 주가가 기준가격을 웃돌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대우건설 주가는 한 때 6000원 대로 떨어졌다. 최근 1만 원 대로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옵션 행사가격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하면 금호아시아나는 4조 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금융비용 부담으로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이 이유로 다른 계열사들의 주가도 발목이 잡혔다. 금호아시아나는 제3의 투자자를 물색했으나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을 3년 동안 안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재매각 결정이 '유동성 문제' 해결책 되나

금호아시아나는 손안에 넣은 대우건설을 시장에 내놓기로 결정했지만, 이 결정만으로 현재의 자금난을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매각 자체가 어렵다는 관측도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할 경우 금호아시아나가 지분 매입을 위해 필요한 돈은 4조원 가량이지만 현재 매각 작업 중인 금호생명 등 각 계열사들을 제대로 팔더라도 그룹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2조 원 안팎에 불과하다. 금호아시아나는 자금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경영권을 포기하기로 했다.

금융계에선 현재 대우건설의 주가가 1만 원대 초반이지만 이번 결정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면 재무적 투자자와 금호아시아나가 보유한 지분 72.1%(약 2억3500만 주)를 4조 원을 웃도는 가격에 팔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이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반면 앞으로의 건설경기를 낙관하기 어렵고 대기업들이 덩치가 큰 건설사를 계열사로 보유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주가가 1만8000원 안팎일 때 자산관리공사로부터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주당 2만6262원에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그러나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26일 종가 기준 1만2850원이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호아시아나가 얼마나 '덜 손해보느냐'는 대우건설 주가에 달려있다"며 "당장 대우건설을 매각하겠다는 결정만으로 채권 발행을 통한 유동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기업 구조조정도 속도 붙나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매각결정으로 대한통운의 앞날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통운 지분을 각각 23.95%씩 보유하고 있어 대우건설의 주인이 대한통운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정리 여부가 관건이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가 재무구조 악화의 '진앙지'인 대우건설을 매각하는 정공법을 택하면서, 금융권으로부터 재무구조개선 대상으로 지목된 다른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자산 매각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부그룹은 주력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동부메탈을 매각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사모펀드(PEF)에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애경그룹도 부동산 등 자산 매각으로 일단 금융권 차입금을 상환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유진그룹은 부동산 매각과 함께 하이마트를 상장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대한전선도 최근 사옥 매각과 대한ST 지분 매각 등으로 어느 정도 유동성을 확보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