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계의 세계적인 히트 모델인 애플 아이폰의 국내 출시가 임박했다. 2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조만간 애플과 협상을 마무리 짓고 이르면 다음달 아이폰을 국내에 공급할 예정이다. SK텔레콤 역시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아이폰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폰의 등장을 앞두고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득실을 계산하느라 바쁘다.
●시장 전망은 반반
이달 선보인 '아이폰3GS'는 미국 등 8개국에서 3일 만에 100만 대 이상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LIG투자증권 최용재 애널리스트는 "국내에 들어오는 아이폰이 직전 모델(아이폰3G)이라 소비자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판매될 것"이라며 "최소한 50만 대 이상 팔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폰의 경쟁상대로 꼽히는 삼성전자의 옴니아폰이 약 10만 대 가량 팔린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다. 미국에서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는 AT&T는 출시 첫 분기에 약 240만 명의 아이폰 가입자를 유치했다. 이는 미국의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 2억7000만 명의 약 0.9%에 해당한다. 국내 4600만 가입자 가운데 0.9%는 약 41만 명이다.
반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일본을 예로 들어 영미권이 아니고 소비자의 입맛이 까다로운 시장에선 아이폰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본에선 제3위 이동통신사인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7월 애플과 독점 계약을 하고 아이폰을 내놓았지만 신통찮았다. 소프트뱅크는 일부 모델은 2년 약정을 맺으면 단말기를 공짜로 주는 행사를 펼치기도 했다.
● 매출은 늘지만 경쟁 심화 가능성
사용자들이 서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올리고 내려받는 애플의 앱스토어 모델이 정착되면 이동통신사의 매출이 올라갈 수 있다. 앱스토어를 통해 콘텐츠가 풍부해지면 그동안 부진했던 무선데이터 매출이 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앱스토어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올해 4월까지 총 10억 건이 넘는 다운로드가 이뤄졌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 조성은 애널리스트는 아이폰을 계기로 보조금 확대 등 이동통신사간 과열 경쟁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조금이 늘면 이동통신사의 수익성은 떨어진다.
국내 단말기 제조업체에 비치는 영향도 복합적이다. 북미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은 3세대 아이폰이 나온 지난해 3분기(7~9월)엔 전년 동기 대비 7% 늘어났고, 직전 분기 대비로는 12%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아이폰이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우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아이폰의 등장이 기존 휴대전화 점유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