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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me TOWN]엄마의 엉터리 상식이 자녀 수학 발목 잡는다

입력 | 2009-06-29 02:59:00


6가지 대표적 편견과 진실

《시중에 나와 있는 계산 연습책 가운데 ‘기적의 계산법’이라는 책이 있다. 한동안 학부모 사이에 자녀의 계산력을 기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널리 퍼졌다. 그러나 책을 사고 별 효과를 못 봤다는 엄마들도 있었다. 이 책은 자녀에게 하루에 한 번씩 시간을 체크해가며 문제를 풀어서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자기 성취를 맛보게 하라고 조언하는데, 그저 자녀에게 문제집을 던져주고 빨리 풀라고 강요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재미없는 단순 반복계산을 마지못해 해나갈 뿐이었다.

유행하는 수학 학습법을 무작정 따르면 본질과 배경을 이해하지 않고 형식만을 좇아 도리어 아이들이 수학을 멀리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엄마들이 갖고 있는 수학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알아보자. 》

│선행학습은 많이 할수록 좋다?

선행학습을 하면 아이가 수학을 잘하는 것이고, 선행학습을 많이 할수록 나중에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많다. 그러나 수학교육 전문가들은 “무리한 선행학습을 하다 보면 앞선 학년 문제는 푸는데 실제 자기 학년 문제가 나오면 못 푸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한다. ‘수박 겉핥기’식의 선행학습은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특히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태도는 절대 금물이다. 아이가 알고 있는 듯한데 자꾸 반복해서 공부를 강요하면 공부에 재미를 잃고 결국 수학에서 멀어지게 된다.

선행학습은 현재 배우는 학년의 개념과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응용·심화문제도 무리 없이 해결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진도를 빨리 나가기 위함이 아니라 상위 개념을 배워 아이들의 사고력을 확장시키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즉 선행학습은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수학에 흥미가 있는 아이가 꾸준히 공부를 하면 얻는 결과물임을 명심하자.

│수학을 잘하려면 계산을 잘해야 한다?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수학을 잘하려면 연산이 중요한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 질문을 정확하게 해석하면 “초등 1, 2학년 학교 수학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선 계산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나요”일 것이다. 답은 “그렇다”이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중요성은 줄지만, 초등학교 전 학년을 걸쳐 수학 시험을 잘 보려면 계산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실 수학 하면 ‘계산’뿐이며 계산은 수학을 배우는데 필수 도구다.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계산 원리와 순서를 이해하고, 그것을 활용해 결과를 예측, 분석하는 힘이다. 이것을 ‘연산’이라고 한다. 계산보다 연산이 중요하다.

1) 3+7=□, 2) □+□=10이라는 문제 두 개가 있다. 1번 문제는 단순한 계산 문제이고, 한 번 원리를 익히면 더 이상 다른 원리를 외울 필요 없이 풀기만 하면 된다. 반면 2번 문제는 간단한 연산 문제이지만 보수의 개념을 이해하고 철저하게 따지는 법을 익혀야 하는 데다 계산을 수십 번 반복해야 풀 수 있다. 즉 100개의 계산 문제보다 5개의 연산 문제를 푸는 것이 효과적이다. 계산 훈련은 아이들이 연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 방해받지 않을 정도의 속도와 정확성을 키우는 것으로 족하다.

│같은 유형의 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봐야 한다?

수학을 잘한다는 것은 수학 문제를 잘 푸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학 문제를 잘 풀려면 문제 푸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대답은 “꼭 그렇지는 않다”이다.

미국 미네소타대 의대 교수인 두뇌과학자 김대식 박사는 “뇌 발달에 가장 나쁜 요인은 늘 같은 상황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유형을 푸는 방법을 알기 위하여 아까운 시간을 너무나 많이 낭비한다는 뜻이다. 문제 푸는 연습 자체가 나쁘진 않지만 그것이 수학 공부의 전부인 양 생각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문제 푸는 연습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원리를 스스로 이해하고 난 뒤 문제를 1, 2개 풀면서 확인해봐야 한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여러 문제를 풀기보다는 며칠 뒤에 비슷한 문제를 한 번 더 풀면서 이해한 원리를 기억해보는 것이 좋다.

│수학 공부를 할 때는 무조건 교구를 사용해야 한다?

내 아이는 좀 더 행복하게 수학을 공부할 수 없을까? 아마 모든 학부모가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교구는 이런 고민을 가진 학부모가 즐겨 찾는 방법이다. 교구를 쓰면 아이들이 공부에 흥미를 갖고 집중하며, 아이들 스스로 관찰·조작할 수 있어 학습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이처럼 교육적인 측면에서 교구는 매우 유용하지만 우리나라에 현재 나와 있는 수학 교구는 가격이 높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다.

이보다 더 큰 문제점은 비싼 교구를 활용하기 위해 설명서까지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교구는 수학 학습에 필요한 도구인데, 오히려 그 도구를 활용하기 위한 별도의 수학 학습을 해야 하는 현실이 문제다. 교구는 아이들의 학습에 맞게 부수적으로 쓰일 때만 그 의미가 있다.

│수학은 어렵고 재미없다?

예전의 수학 공부는 원리를 이해하기보다는 공식을 외워서 적용하는 수준에 가까웠다. 요즘 아이들의 수학책을 봐도 그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수학의 개념, 원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념이나 원리를 공부하는 방법은 예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했다. 재미있게 공부하면서도 수학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요즘 수학은 어렵고 재미없는 과목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놀이를 하면서 배울 수 있는 즐거운 과목이 되고 있다.

│초등학교 수학 성적이 평생 수학 성적이다?

‘평생 성적 초등 4학년에 결정된다’라는 책의 저자를 만난 일이 있다. 저자는 4학년 이상 자녀를 둔 엄마들이 “그럼 우린 애는 어떡해요”라는 질문을 종종 던진다고 말했다. 저자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많은 변화가 있고 공부가 갑자기 어려워지므로 4학년 때 공부습관을 잘 들이라는 뜻에서 그런 제목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나도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자연수의 사칙연산이 주된 내용이지만 4학년부터는 분수, 소수 등 수가 확장되고, 추상적 개념으로서의 도형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생활 속의 단순한 수학적 개념에서 벗어나 복합적이고 추상적인 수학적 개념을 배우게 되는 셈이다. 미리 준비한 아이에게는 이 시기가 다른 아이보다 두세 배 성장할 기회가 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에게는 난관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초등학교 4학년을 훌쩍 넘겨 중학생이 된 우리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극복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일단, 기본은 자신감과 용기를 갖게 하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졌다면 50% 이상 해낸 것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수학공부에 2시간을 투자하게 하자. 자기 학년에 구애받지 말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자신이 고등학교 1학년이라도 초등 3학년 내용을 모른다면 초등 3학년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해야 한다. 공부를 할 때는 다음의 세 가지 열쇠를 꼭 기억하자.

첫째, 처음부터 다시 하겠다는 마음가짐.

둘째, 시간이 걸려도 수학의 원리를 스스로 생각하고 터득하겠다는 자세.

셋째,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

이 세 가지를 잊지 않고 노력한다면 언제라도 수학을 정복할 수 있다.

한헌조 ㈜타임교육 매스티안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