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은 천연가스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동시에 바닷물을 끓여 담수화하는 ‘라스라판 C 발전·담수 복합발전소’를 지난해부터 카타르 수도 도하의 북쪽에 있는 라스라판 산업단지에 짓고 있다. 이 발전소에 건설될 40m 높이의 대형 굴뚝 8개 가운데 6개가 이미 완공됐다. 라스라판=이세형 기자
■ 카타르 현지서 본 국내건설사 수주전 현장
21일 카타르의 수도인 도하에서 사막의 고속도로를 1시간 반 정도 달리자 40m 높이의 웅장한 굴뚝 6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굴뚝 근처에는 거대한 상자를 연상케 하는 보일러와 ‘레고블록’ 같은 파이프라인이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카타르의 대표적인 플랜트 밀집지역인 라스라판 산업단지 내 ‘라스라판 C 발전·담수공사’ 현장이다. 지난해 5월 현대건설이 카타르 수전력청(QEWC)으로부터 수주한 이 공사는 천연가스를 태워 두 차례에 걸쳐 전기를 생산하고 바닷물을 끓여 담수화하는 플랜트를 만드는 것이다.
2011년 4월 준공하면 하루 평균 2728MW의 전기와 28만6000t의 담수를 생산하게 되는 이 플랜트는 20억6791만 달러(약 2조673억 원) 규모로 단일 플랜트로는 국내 업체가 수주한 것 중 최대다.
○ 다시 지갑 여는 중동 산유국들
지난해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와 지속된 저유가 상황으로 중동 산유국들은 올해 적지 않은 대형 공사의 발주를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중동지역의 건설경제 관련 조사기관인 MEED 프로젝트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중동지역에서 발주된 건설사업은 약 310억 달러 규모로 450억 달러를 기록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약 31% 줄었다.
그러나 라스라판 C 발전·담수공사 현장에선 얼어붙은 중동 건설경기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건설업계는 중동건설 경기가 최근 본격적인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 배럴당 40달러 정도였던 유가가 최근 배럴당 70달러 선까지 올랐고 추가적인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질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주요 산유국이 대형 공사 발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중동팀장은 “그동안 경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형 공사 발주를 보류하던 산유국들이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정도까지 회복하자 다시 지갑을 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아부다비에서만 400억 달러 공사 예정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 GS건설 등 전통적으로 중동지역에서 활발한 수주 활동을 펼치던 메이저 건설사들은 올해 상반기의 수주 부진 현상을 만회하기 위해 하반기에 대대적인 수주 공세를 펼칠 계획이다. 현대건설 두바이 지사장인 이혜주 상무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만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15건, 총 400억 달러 규모의 대형 공사 프로젝트가 발주될 예정인데 이 중 40억 달러 정도의 공사를 수주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발주가 연기돼 왔던 10억 달러 규모의 카타르 PMP(가스탈황·탈산시설) 플랜트 공사가 발주될 예정인데 국내 건설사 중에서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 각각 일본의 도요, JGC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조만간 100억 달러 규모의 정유 플랜트 공사를 발주할 예정인데 삼성엔지니어링과 대림산업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카타르에서도 지난해부터 연기돼 온 바르잔 가스 플랜트(30억 달러), 글로벌 석유 메이저인 엑손모빌의 천연가스액화정제시설(GTL) 공사(300억 달러) 등이 내년 중 발주될 예정이어서 플랜트 공사에서 강세를 보여 온 국내 대형 건설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두바이·도하·라스라판=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