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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육정수]3개의 6·29

입력 | 2009-06-29 02:59:00


오늘은 역사적인 ‘6·29’가 3개나 겹친 날이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된 1987년의 ‘6·29선언’, 북한의 기습공격으로 해군 장병 6명이 희생된 2002년의 제2연평해전, ‘한국 축구 세계 4위’의 쾌거를 이룬 2002년의 서울월드컵대회 폐막 전야가 모두 6월 29일이었다. 3개의 6·29는 모두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과 단합,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보여준 기념할 만한 사건이다.

▷6·29선언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후계자였던 노태우 집권당(민정당) 대표가 국민의 민주화 및 직선제 개헌 요구를 수용한 선언이다. 일반시민과 ‘넥타이 부대’까지 합세한 전 국민적 6월 민주항쟁에 대한 사실상 ‘항복 선언’이었다. 그해 여야 합의로 개정, 공포된 현행 헌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22년간이나 원형대로 존속된 것도 6·29정신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평화적 정권교체와 평화적 시위가 완전히 보장된 지금에도 ‘민주주의 위기’를 다시 끄집어내는 세력이 있다.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인 잠꼬대에 불과하다.

▷북한군 수십 명을 전사시킨 1999년 제1연평해전과는 달리 제2연평해전은 우리 장병 6명이 희생돼 패배한 전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제2연평해전도 북측에 사망 13명, 부상 25명의 피해를 준 승전이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햇볕정책을 맹신한 김대중 정권이 아군 손발을 묶어놓은 상황에서 사력(死力)을 다한 ‘값진 승리’였다는 게 당시 합참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현 정부는 격하의 뜻이 담긴 듯한 ‘서해교전’이란 이름도 제2연평해전으로 바꿨다. 오늘 7주년을 기해 희생자와 참전 장병들의 명예가 회복되길 빈다.

▷월드컵 4위도 자랑스러운 승리였다. 1902년 배재학당과 경신학교에 축구부가 처음 창설된 지 꼭 100년 만이었다.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강호들을 차례로 꺾은 뒤 마지막 독일과 터키에는 졌으나 8강 진입이 목표였던 우리에겐 축구 역사를 다시 쓴 날이다. 수백만의 ‘붉은 악마’가 서울 세종로 사거리를 뒤흔든 그날의 함성과 감동이 이제 경제 살리기와 법치(法治) 세우기의 에너지로 승화됐으면 좋겠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