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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中道는 저런 민노총과 전교조도 끌어안아야 하나

입력 | 2009-06-29 02:59:00


쌍용자동차 이유일 박영태 공동관리인은 그제 “더 이상 우리만의 힘으로는 일터를 지켜낼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노조원들에게 불법 점거당한 경기 평택시 공장을 떠났다.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보기 위해 임직원 3000명과 함께 마지막까지 노력해 봤지만 회사를 점거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과격 노조원들과 민주노총을 당해낼 수 없었던 것이다.

금속노조를 비롯한 민노총 산하 외부세력은 파업을 지원한다는 구실로 속속 공장 안으로 진입하고 있고, 29일엔 1만여 명이 집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의 구조조정안을 거부한 채 불법 파업을 벌이는 노조와 극단투쟁을 부추기는 민노총 때문에 쌍용차 정상화는 사실상 물 건너가고 파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평택 일원에선 “민노총 때문에 쌍용차가 망하게 됐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쌍용차의 낮은 경쟁력을 감안할 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없는 경영정상화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쌍용차 노조와 민노총이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구조조정을 거부하고 불법 공장점거에 나섬으로써 사태가 악화됐다. 말로는 노동자를 위한다고 했지만 민노총의 개입으로 4000여 명의 쌍용차 직원이 길거리에 내몰릴 위기다. 그런데도 어제 하루 종일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우리가 승리하고 있다”는 노조 측 선무방송이 울려 퍼지고, 금속노조는 다음 달 4, 5일의 대규모 파업을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회사 정상화를 호소하는 사원들이 쇠파이프와 화염병, 새총으로 무장한 노조원들의 공격 앞에 속수무책으로 부상당하는 것을 보고도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27일에는 아예 공장 주변에서 철수해 버렸다. 강경 노조원들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자칫 발생할 수도 있는 불의의 사태를 우려해 적극개입을 자제했다는 설명이지만 회사정상화를 애타게 바라는 다수 사원에게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최근 반(反)정부 시국선언을 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시국선언에 참가한 1만6000여 명 가운데 선언을 주동하거나 적극 가담한 88명을 중징계하고 검찰에 고발키로 하자 전교조는 제2차 시국선언을 내놓겠다고 협박한다.

정부가 필요에 따라 전통적인 좌우의 개념을 뛰어넘어 정책을 조합하는 이른바 ‘폴리시 믹스’를 시도할 수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중도론이 이런 성격일 수 있다.

그러나 ‘중도 실용’이란 것이 대한민국 체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거나, 불법폭력과 사실왜곡을 서슴지 않고 법치에 도전하는 세력에 대해 정면 대응하지 않고 어정쩡한 봉합이나 산술적 중간을 취하려는 것이어선 안 된다. 그것은 중도가 아니라 불의와 타협하는 일이며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를 수호할 정부의 책무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뿌리째 흔들어 온 민노총과 전교조에 대해 이 정부가 어떤 대응을 하느냐, 이는 중대한 시금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