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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탈국가 새 기축통화 만들자”

입력 | 2009-06-29 02:59:00


런민은행 공식보고… “특정국가 화폐 결함 많아” 달러체제 반대 명문화

올해 들어 미국 달러 기축통화체제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공식 보고서를 통해 ‘슈퍼 통화’의 창출 필요성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슈퍼 통화’란 올 3월 저우샤오촨(周小川) 런민은행장이 처음 언급한 것으로 특정 국가의 화폐가 아니면서 국제 화폐로서 사용 가능한 것을 의미한다. 당시 저우 은행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슈퍼 통화의 한 예로 들었다.

26일 런민은행이 발표한 ‘2009년 중국금융안정 보고’에 따르면 “특정 주권국가의 화폐를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것은 결함이 많은 만큼 특정 국가와 결부되지 않은 새 기축통화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이런 새로운 슈퍼 통화만이 장기적으로 국제 기축통화로서 안정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고, 국제사회의 위기대응 능력을 키워 국제 화폐금융체제의 안정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특정 주권국가의 통화’라는 완곡한 표현을 써서 미국 달러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 그동안 중국이 ‘달러 위주의 국제 금융체제’에 대해 제기했던 의견을 종합하고 또한 공식 문서로서 명확히 밝힌 것으로 달러에 대한 도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중국은 이번 보고서에서 슈퍼 통화의 창출로 미국 달러의 국제 화폐금융체제에 대한 지배권을 줄이겠다는 요구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풀이했다.

앞으로 중국은 재정난에 빠진 IMF의 채권 매입 등을 통해 IMF 내에서 목소리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따라서 IMF 중심의 슈퍼 통화 창출 주장은 중국이 기축통화 주도권을 달러에서 중국 위안화로 차츰 옮겨 가려는 한 과정으로 풀이된다.

한편 중국 베이징(北京)대 교수 출신의 린이푸(林毅夫) 세계은행 부총재는 27일 싱가포르에서 가진 강연에서 중국 위안화가 국제화폐가 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린 부총재는 “중국 경제가 커지는 것만으로 위안화가 국제화폐가 될 수는 없다”며 “자유로운 위안화 유통, 중국 내 자본시장의 발전과 함께 중국이 일정 수준 이상의 경상수지 적자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보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