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양극화 이어질 듯… 매매 타이밍 신중해야
장기투자 생각하면 역세권 상가-주택 눈여겨볼 만
올해 상반기(1∼6월) 부동산 시장은 서울 강남지역과 양천구 목동, 인천 청라지구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급격히 달아올랐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하락세는 멈췄으나 여전히 침체돼 수도권과 지방의 온도차가 뚜렷했다.
하반기(7∼12월)에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부동산전문가들은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이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입지, 가격, 개발호재 등에서 매력적인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격차도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회복세 보이겠지만, 상승세는 제한적일 듯
하반기에 들어서면 경기가 차츰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부동산 시장도 전반적으로 살아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실물경기가 회복되면서 주택 매매시장과 전세시장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부사장은 구조조정과 소득 감소, 물가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급등세가 연출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호가에서 강세를 보이는 곳도 적지 않겠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본격 상승보다는 옆걸음을 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경기지표가 호전되고 있지만 투자심리가 본격적으로 살아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입지 등이 뛰어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역별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이사는 “그 밖의 다른 지역은 주요 지역의 국지적 상승세에 힘입어 하락세가 둔화되면서 소폭 상승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추가 상승을 이끌 추진력은 다소 약하다는 분석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저금리와 유동성 효과로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상승했기 때문에 상승세를 지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하락세로 반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물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다시 악화된다면 부동산 시장이 충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 주목
하반기에는 재건축 주택, 역세권 상가 등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이사는 “본격적인 경기 회복에 무게를 둔다면 중장기적으로 상가를 눈여겨 볼 만하다”고 말했다. 경기가 회복되면 수익형 부동산의 매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경매시장에 나온 역세권 상가를 눈여겨보는 것도 방법이다.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규 분양주택 가운데 역세권에 있는 물건도 주목할 만하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임대를 목적으로 한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9월경 공급될 강남 지역의 보금자리주택은 도심으로 손쉽게 오갈 수 있는 데다 쾌적하고 투자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가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렸다. 특히 한강변 초고층 건축 및 수변공간(워터프론트) 개발이 겹치는 지역이 유망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영진 이사는 “하반기에는 용적률 상향 조정, 재건축 기간 단축 등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강남 지역 재건축 아파트는 그 동안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 성수동, 마포구 상암동, 강서구 마곡동 등 9호선이 지나는 주요 지역과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수원시 광교신도시 등도 유망 지역으로 꼽혔다. 인천 송도지구, 청라지구의 강세도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가격 하락폭이 컸던 경기 용인시를 비롯해 개발호재가 많은 경기 화성시, 양평군 등도 관심 지역으로 거론됐다.
○ “레버리지 투자 경계해야”
주택 매입시기는 비수기인 7, 8월이나 11월 정도를 고려해 볼 만하다. 다만 지역별로 주택 가격 등락에 큰 차이를 보이므로 매수 시기는 탄력적으로 잡을 필요가 있다.
박원갑 부사장은 “지금 같은 시기는 작은 변수에도 주택가격이 쉽게 움직일 수 있으므로 가격이 오른 곳의 집을 추격 매수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실물경기 추이를 살피면서 가격 회복이 덜 된 매물을 공략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합수 팀장은 “서울지역에 부족한 소형주택은 가격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급매물 위주로 매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가 상당히 더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가격이나 입지에서 경쟁력이 뛰어난 집이 아니라면 내 집 마련을 서두르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되면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으므로 저금리를 이용한 과도한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
이영진 이사는 “추가 규제 완화의 정도나 실물경기 회복 여부, 세계 금융여건의 변화 등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민감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매매 타이밍을 적절히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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