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세단의 특별함은 뒷좌석에 있다.’ 넓은 공간에 안락함만 갖추면 통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최고급 대접을 받으려면 ‘사장님’이 앉는 뒷좌석에 뭔가 특별한 게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앞 다퉈 최고급 세단의 뒷좌석에 각별한 신경을 쓰면서 뒷좌석의 진화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최고급 세단 뒷좌석은 이미 항공기 1등석 수준의 안락함을 확보했으며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그 이상이다.》
○ “안마 기능은 기본”
현대자동차의 신형 ‘에쿠스’의 프레스티지 VIP석에는 마사지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이 시스템은 쿠션백에 장착된 8개의 에어셀과 1개의 바이브레이터로 이뤄져 있으며, 무선 리모컨을 통해 마사지 강도와 속도를 3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고, 지압과 스트레칭 등 다양한 모드로 실행이 가능하다.
이 같은 뒷좌석의 ‘안락함’을 주도한 차는 렉서스였다. 렉서스가 성공을 거두면서 유럽, 한국 차들도 뒷좌석에 ‘안마’ 기능을 속속 장착하게 된 것. 렉서스 LS 시리즈 VIP시트에 적용된 ‘오토만 리어 시트’는 항공기 1등석처럼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최대 45도까지 눕힐 수 있고, 앉은 자세와 위치에 따라 자유롭게 좌석의 높이와 모양을 조절할 수도 있다. 리모컨을 이용해 전신 마사지와 지압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업무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와 장거리 운행에 따른 피로를 해소하기에 제격인 셈이다.
동양적인 느낌의 안마나 마사지 기능은 ‘완고한’ 유럽의 고급 세단에도 속속 장착되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기술력이 총동원된 최고급 세단 페이톤 4.2 LWB 모델 뒷좌석은 설계 단계부터 인체공학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유럽 차에서는 보기 드물게 이들 인체공학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등받이 요추받침 기능과 마사지 기능을 갖춰 기존 유럽 차와 차별화된 안락함을 제공한다.
BMW 최고급 모델 7시리즈도 뒷좌석 시트에 마사지 기능을 넣었다. 또 머리받침대, 등받이 각도, 쿠션 위치 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으며, ‘주인’의 취향에 맞게 입력해 놓을 수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급 모델인 S600L의 시트에는 독립적인 히팅과 에어컨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뒷좌석에는 안마 기능이 들어가 있다.
○ “다양한 편의장치 갖춘 나만의 공간”
아우디 A8 6.0 12 실린더의 뒷좌석은 최고급 가죽으로 처리된 중앙 콘솔에 의해 독립적인 공간으로 분리돼 넓은 실내공간과 인체공학적 설계로 최상의 안락함을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발받침대는 기본이고 조수석 시트 뒤편에는 접이식 테이블이 있어 움직이는 사무실로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TV나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운전석과 조수석 머리받침 뒤에 6.5인치 개별 모니터가 달려 있고, DVD플레이어와 소형 냉장고, 미니바 등도 갖춰져 있다. 렉서스 LS시리즈 뒷좌석에도 폴딩 타입의 9인치 모니터와 마크 레빈슨 서라운드 시스템뿐 아니라 비디오, 게임, MP3 등을 즐길 수 있는 첨단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RSE)이 추가로 장착돼 있다.
BMW 7시리즈는 차량 뒷바퀴가 코너를 돌 때는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조향해 회전 반경을 줄여주고 고속주행 중 급차선 변경 때는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뒷좌석 탑승자의 몸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첨단 조향장치가 탑재되어 있다. 또 뒷좌석에 설치된 ‘i드라이브 컨트롤러’를 통해 두 개의 6.5인치 LCD 모니터를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새로운 i드라이브 시스템은 차체에 저장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전화, CD·DVD, 노트북, 아이팟, 디지털카메라, 플레이스테이션, TV, 내비게이션까지 접속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오디오 애호가들이 애용하는 ‘로직 7’ 시스템을 장착해 운전자 및 탑승자가 완벽한 입체음향으로 차 안에서도 실내 콘서트홀 같은 음질을 즐길 수 있다.
벤츠 S600L 모델의 최신 전자동 공조 시스템은 실내에 설치된 21개의 송풍구를 통해 좌석마다 원하는 온도와 송풍 방식을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조수석 헤드레스트에는 2개의 화면과 DVD 플레이어 등이 장착돼 운행 중에도 실시간으로 뉴스를 듣거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뒷좌석 중앙 하단에는 냉장고가 설치돼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세단은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니라 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최근 자동차회사들이 뒷좌석에 각별한 공을 들이는 것도 뒷좌석이 고급 세단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