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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모자이크야?

입력 | 2009-06-30 02:56:00


MBC 주말드라마, 영화 그대로 옮겨 뿌연 장면 투성이

MBC 주말극 ‘친구, 우리들의 전설’(토 오후 10시 50분, 일 오후 10시 40분·사진)이 원작 영화를 TV로 옮겨오면서 “TV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폭력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칼로 사람을 찌르거나 둔기로 사람을 내리치는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해서 내보내긴 하지만 해당 장면들이 지나치게 섬뜩한 느낌을 준다는 시청자 의견이 많다. 또 주인공들의 유년기 청소년기 성인기 등 시간적 배경이 지나치게 자주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흐름이 끊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첫 방영한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폭력배들이 동수(현빈)의 집에 침입해 동수를 죽이려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폭력배가 손에 쥔 흉기와 동수가 폭력배들을 때릴 때 사용한 둔기가 뿌옇게 처리됐다. 이어 동수 일당이 준석(김민준)이 맡고 있는 어판장을 습격해 준석의 부하들을 폭행, 살해하는 장면에서는 화면 5분의 4가량을 뿌옇게 처리하기도 했다. 드라마는 동수를 만나고 나온 준석이 담배를 땅에 떨어뜨려 동수를 죽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장면의 담배도 뿌옇게 처리했다. 이는 동수와 준석의 운명이 갈리는 극의 핵심 장면이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1회에서만 5개 장면에서 모두 2분여간 칼, 방망이, 체인, 깨진 병 등 무기와 피, 문신 등을 뿌옇게 처리했다. 2회에서도 나이트클럽 앞에서 동수를 살해하는 흉기, 도망 다니다가 술집에서 “사고를 친” 준석의 옷에 묻은 피 등을 뿌옇게 처리했다.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들은 “웬 조폭 드라마냐” “잔인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가족들이 함께 보는 TV의 매체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폭력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원작 영화 ‘친구’를 그대로 옮겨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칼로 사람의 배를 여러 차례 찔러 죽이는 장면은 모자이크처리를 한다고 해도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부적절하다. 2회에서는 준석과 동수가 속한 서클 ‘모닥불’ 모임에서 고등학생들이 단체로 술을 마시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드라마는 또 고교 야구, 컨닝, 소지품 검사, 국기에 대한 경례, 컬러TV 등장, 막걸리 등 1970, 80년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향수를 불러 일으켰으나 1970∼1990년대가 자주 번갈아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