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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를 읽고]조임호/‘알짜中企집중지원’은 불공정한 게임

입력 | 2009-06-30 02:56:00


12일자 B8면에 게재된 서울여대 이종욱 교수의 ‘힘들다고 다 퍼줘서야…알짜 중기 골라서 도와줘야’란 제목의 글에 대해 몇 마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교수는 서두에서 한국경제에서 중소기업은 고용의 88.8%와 총생산의 50%를 점하는 경제의 원동력이라고 칭찬했는데 우리 중소기업의 기여도를 알아주니 고맙다.

실제로 주변을 보면 사장 내외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매달려서 죽을 고생을 해도 매월 재료 대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임원들이 기보나 신보 또는 금융기관이나 중기청 등 중소기업 지원기관을 돌아다니면서 자금지원을 늘려주고 개발자금을 공정하게 배분하라고 애원도 하고 호소도 한다. 그런 기관은 한결같이 정부가 유한한 자원으로 모든 업체를 다 끌고 갈 수는 없다, 기업은 시장원리에 입각해서 경쟁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으로 국가 경쟁력을 살려야 하므로 알짜 기업을 골라서 집중지원을 하고 한계 기업은 도태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정부는 개발자금이나 혜택은 물론 금융이자마저 대기업이나 우량기업 위주로 지원한다. 비우량 기업에 대한 홀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시장원리에 의한 경쟁을 마다하거나 공짜로 지원해 달라고 하지 않는다. 시장원리에 의해 경쟁해야 된다면 정부는 공정한 게임을 시키라는 말이다. 성장동력을 키운답시고 잘하는 업체만 골라 집중지원하면 약한 업체는 상대적으로 더 한계선상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래놓고 경쟁력이 없으니 퇴출돼야 된다는 말은 궤변이다. 이런 불공정한 정책은 시장원리에 배치된다.

정부는 공정한 심판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또 열등한 자를 도와서 더 많은 사람이 평등한 사회 즉 중산층이 두꺼운 사회를 만드는 데 비중을 둬야 한다. 한쪽 측면만을 봐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지난 정권들이 여러 자원을 왜곡 지원함으로써 1%도 안 되는 대기업이 전체 80%의 소득을 싹쓸이해간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엔터프라이즈 프렌들리’라며 애쓰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만들어놓은 나쁜 정책 중 비우량 중소기업 관련 부분은 피부에 닿게 개선된 부분이 없다고 본다.

이 교수는 고용 창출과 성장동력에 기여하지 못하면서 자금지원의 과실만 따먹으려 한다고 논박했지만 88.8%의 고용 창출이 비우량 업체의 기여 없이 어찌 가능했겠는가. 이런 식으로는 국가경쟁력이 강화될수록 극소수의 선택받은 자만 좋아지며 비우량 중소기업은 더욱더 한계선상으로 내몰린다.

조임호 전국중소기업 경영환경개선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