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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거리응원 도입, 남아공 화합 축제로”

입력 | 2009-06-30 02:56:00


■ 조든 남아공월드컵조직위 사무총장 현지 인터뷰

흑인 백인 함께 응원하면 인종차별 잔재 해소될 것
남북한 동반진출 축하 숙박-안전 걱정 안해도 돼

축구는 스포츠 이상이다. 국민을 하나로 묶고 정치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을 해낸다. 사상 처음 아프리카대륙에서 열리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도 축구 이상의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대니 조든 남아공월드컵조직위원회(SALOC) 사무총장(57·사진)은 “내년 월드컵은 남아공을 하나로 묶어 인종 차별의 잔재를 없앨 것이며 세계 평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SALOC의 최고경영자로 월드컵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그를 29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샌턴의 미켈란젤로호텔에서 만났다. 그동안 일부 국내 언론과 짧은 소감 인터뷰는 있었지만 장시간에 걸쳐 월드컵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년 남았는데 월드컵 준비는 잘되고 있는가.

“한국의 본선 진출을 축하한다. 아직도 2002년 한일 월드컵 기억이 생생하다. 정말 환상적이었다. 수백만 한국 팬들이 붉은색 옷을 입고 경기장 밖 광장에 모여 응원한 것은 우리도 본받고 싶다. 내년 남아공에서도 2002년 한국의 응원 방식을 도입해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할 것이다. 이번 2009 컨페더레이션스컵 때 16경기를 치렀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현재 경기장은 제대로 건설되고 있다. 5개는 이미 완성됐다. 내년 초까진 10개 모두 완성될 것이다.”

―남아공이 월드컵 개최를 통해 얻는 효과는 무엇인가.

“먼저 각종 인프라 구축이 남아공을 발전시킬 것이다. 공항을 증개축하고 길을 넓히고 25개 고급 호텔을 새로 짓고 있다. 둘째는 관광객 유치다. 현재 950만 명이 매년 남아공을 찾고 있다. 내년엔 1050만 명 이상의 관광객 유치가 목표다. 셋째는 국가 이미지 제고다. 월드컵을 통해 지구촌 사람들이 남아공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넷째는 흑과 백이 둘이 아니라는 것을 지구촌에 보여줄 것이다. 이번 컨페드컵 때 경기장에는 흑인과 백인이 모두 스탠드를 채우고 ‘바파나 바파나(Bafana Bafana·줄루어로 소년들, 남아공 축구 대표팀을 의미)’를 응원했다.”

―남북한이 본선에 동반 진출했다.

“정말 대단하다. 남한과 북한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처음 만나게 됐다. 그 역사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이뤄진 것이 너무 기쁘다.”

―현지에 와보니 교통 시스템이 미흡하고 숙박 시설도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이번 컨페드컵 때 파크 앤드 라이드 교통 시스템(주차난 해소를 위해 전철역까지 자가용을 타고 간 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식)을 시범 도입했다. 첫날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성공적이란 평가다. 아직 숙박시설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호텔을 짓고 있고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숙박시설을 마련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안전 문제를 계속 거론한다.

“남아공이 안전하다는 것은 이번 컨페드컵이 증명했다. 대회 기간에 전혀 사고가 나지 않았다. 팬들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고 환호성을 지르며 경기를 봤다. 축구팬들이 안전에 신경 쓰지 않고 축구를 즐겼다는 것을 증명한다.”

―남아공 국민들의 월드컵에 대한 열기는 어떤가.

“한마디로 광적이다.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에 힘입어 남아공이 이번 컨페드컵에서 4위를 했다. 이번 경기를 통해 국민들은 2010년에도 잘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게 됐다.”

요하네스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