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가 사우디아라비아 알나스르 구단으로 이적을 추진하면서 전남 드래곤즈와 위약금 문제 등을 놓고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전남은 29일 프로축구연맹에 이천수의 임의탈퇴를 요청했다. 연합뉴스
이천수(28)와 전남 드래곤즈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전남은 29일 이천수가 코칭스태프와 언쟁을 하고 훈련에 불참하는 등 감독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임의탈퇴를 요청했다. 연맹이 이를 받아들이면 이천수는 구단이 임의탈퇴 조치를 풀어줄 때까지 국내 리그에서 뛸 수 없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알나스르 구단으로 이적을 추진 중인 이천수의 해외 진출까지 막지는 못한다. 임의탈퇴는 국내 구단 간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전남은 방황하던 이천수를 받아줬다. 그러나 이천수가 사우디로 이적을 추진하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이천수 측은 원 소속 구단인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와의 옵션 조항(페예노르트가 지불했던 연봉 9억 원 이상을 제시하는 구단이 있다면 언제든지 이적할 수 있다)을 들고 나왔다. 이 조항 때문에 선수 의지와 상관없이 이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옵션 조항 자체가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천수 측은 28일 “박항서 전남 감독을 보호할 목적으로 없는 계약 내용을 만들었다”고 말을 바꿨다. 전남 관계자는 “빠져나갈 명분으로 지어낸 옵션 조항에 대해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실토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천수와 전남이 첨예하게 맞선 부분은 위약금 문제다. 전남은 이천수를 포기하는 대신 위약금을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위약금은 페예노르트 임대료와 전 소속팀 수원 삼성의 재임대료를 합해 약 3억7000만 원. 그러나 이천수 측은 “임대 계약서를 쓸 당시 선수 본인은 위약금 조항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위약금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임대 계약서에 사인한 에이전트 김민재 대표와 구단이 해결해야 한다는 것. 이에 전남은 “김 대표는 이천수의 대리인이기 때문에 이천수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도 “위약금 부분은 이천수도 분명히 알고 동의한 뒤 사인했다”고 반박했다.
전남과 불편한 관계에 있던 이천수는 27일 코칭스태프와 몸싸움까지 벌였다. 결국 전남은 이천수에 대해 임의탈퇴 신청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