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서귀포잠수함에서 운영하는 관광잠수함에서 스쿠버다이버가 탑승객을 위해 물고기를 모으는 쇼를 벌였다. 사진 제공 서귀포잠수함
제주 문섬 앞 수중쇼
자리돔, 돌돔, 범돔, 줄도화돔, 용치놀래기….
28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서귀포항 앞바다의 문섬 주변 수심 20m. 서귀포잠수함에서 운항하는 지아호(67인승) 주변으로 물고기가 몰려들었다. 관광잠수함 탑승객을 위해 스쿠버다이버가 먹이를 주며 물고기를 모으는 ‘수중쇼’를 벌였다. 신기한 경관에 관람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수중쇼를 체험하기 위해 다이버와 동행했다. 다이빙 장비를 갖추고 관광잠수함 출입구 위에서 대기했다. 잠수함이 잠수한 지 불과 6분여 만에 수심 20m의 ‘만남의 장소’에 도달했다. 다이버, 물고기, 관람객이 함께 만나는 곳. 배경 무대는 수지맨드라미, 가시맨드라미, 해송 등 울긋불긋한 산호를 비롯해 감태, 미역, 모자반 등 해조류가 자리 잡았다.
다이버가 미리 준비한 물고기 먹이인 새우를 꺼내들자마자 부근에서 유영하던 ‘쇼의 주인공’ 물고기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잠수함 주변에는 어린 전갱이가 무리지어 돌아다녔다. 쇼는 5∼10분에 불과했지만 잠수함 탑승객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수온은 19도. 수중에 봄은 시작됐다. 하지만 이날 해저에 냉수대가 흐른 탓인지 어른 팔뚝만 한 고기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제주에서 다이버의 수중쇼가 시작된 지는 14년. 수중 안전을 맡고 있는 다이버들이 장난삼아 굴껍데기 등을 먹이로 줘 보니 물고기가 떼 지어 달라붙는 것에 착안해 ‘쇼’를 시도했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물고기가 없는 겨울철 등에 대비해 가로 1m, 세로 1.5m의 가두리시설을 5, 6개 설치했다. 돌돔, 다금바리, 가오리 등을 키워 쇼에 출연시킨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를 증명이라도 하듯 잠수함 엔진소리가 나면 자연스레 물고기가 몰려든다.
이 수중쇼에는 다이버팀 8명이 참여한다. 10여 분간의 수중쇼 관람료는 어른 4만5000원, 어린이 2만9700원. 다이버 경력 24년으로 팀장을 맡고 있는 박홍기 씨(45)는 “수중 안전이 본업이지만 지금은 수중쇼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매년 돌돔 등을 물속에서 인공 사육해 방류하고 있지만 물고기가 몰려들지 않으면 속상하다. 크고 작은 다양한 물고기를 잠수함 탑승객이 직접 보며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있도록 새로운 기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