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보호무역 신호로 해석 말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하원에서 ‘미국 청정에너지와 보호에 관한 법률’이 통과된 다음 날인 27일 주례라디오 연설에서 “지구 온난화를 막고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첫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튿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국 주요 언론 에너지담당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간발의 차로 하원을 통과한 이번 법률은 혁신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새 물결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며 소비자들의 부담도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의 주 내용은 탄소 총량거래(cap and trade)규제. 발전소와 공장, 그리고 주요 온실가스 배출시설은 탄소배출량을 2005년 기준으로 2020년까지 17%, 2050년까지 83% 감축하는 한편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인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침체를 겪고 있고 무역은 심각하게 축소된 상황에서 이번 법안 통과가 어떤 식이든 보호주의를 강화하는 신호로 해석되지 않도록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말로 이번 법안이 보호주의 무역조치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어 “(탄소규제에 대한) 국제 기준이 통용되는 공정한 경쟁의 장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법안은 사실상 고용창출 조치”라며 “상원이 (부결시키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상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법안이 확정될 경우 2020년까지 석유 소비가 2억4000만 배럴 절약되며 170만 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공화당은 “일자리가 중국과 인도로 빠져나갈 것이며 세 부담도 늘 것”이라며 반대했다. 미 의회예산국도 법안 확정시 가계당 부담이 연간 175달러가량 늘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