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뭉친 2002년의 영웅들2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거스 히딩크 러시아 대표팀 감독 내한 기념 만찬장에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손을 맞잡았다. 오른쪽부터 대한축구협회 이회택 부회장, 조중연 회장, 정몽준 명예회장과 히딩크 감독, 박지성, 이영표,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 홍명보 감독, 김태영 코치. 연합뉴스
히딩크 울산대 명예박사 받아
지성-영표 등 제자들과 만찬
29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로비. 하늘색 긴소매 셔츠에 검은색 면바지를 입은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얼굴은 살짝 상기돼 있었다. 4년 만에 축구 스승을 다시 만난다는 사실에 흥분된 표정이 역력했다. 잠시 후 검은색 정장 차림의 거스 히딩크 러시아축구대표팀 감독(63)이 도착했다. 두 사람은 환하게 웃으며 포옹했다. 스승과 제자는 오랜만에 재회했지만 어색함은 없었다. 농담을 주고받으며 안부를 묻는 모습은 아버지와 아들처럼 다정해 보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주역인 ‘산소탱크’ 박지성과 ‘마법사’ 히딩크 감독의 만남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마련한 히딩크 감독 초청 만찬장에서 이뤄졌다. 이 자리에는 이영표(도르트문트), 홍명보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 감독 등 2002년 월드컵 당시 대표팀 선수들과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회장, 이회택 부회장 등이 함께했다.
박지성이 공식 석상에서 히딩크 감독을 만난 건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을 떠난 2005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그는 “히딩크 감독은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을 만들어 준 분”이라며 “어디를 가도 최고의 능력을 끌어내는 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유럽에서 활약하는 박지성과 이영표는 개인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이뤘고 어린 선수들에게 훌륭한 롤 모델이 됐다”며 “이들은 한국 축구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날 오전 울산대 해송홀에서 한국의 2002년 월드컵 4강을 이끈 리더십을 인정받아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한국과 북한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에 공동 진출한 것은 대단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남북 축구가 함께 경기하는 모습을 보며 큰 감명을 받았다”며 “남아공 월드컵이 남북통일의 토대가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