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북한산 수산물을 반입하는 일부 업체 사이에서 분란이 일어났다. 일부 업체가 상대방에 대해 ‘중국산을 북한산으로 위장했다’며 정부에 투서한 것이다. 정부는 대남 경협사업을 총괄하는 북측 민족경제연합회(민경련) 해외대표부가 개입한 사건으로 의심하고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민경련은 남측 업체들이 중국산을 북한산으로 위장시켜 무관세로 반입할 수 있도록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남북교역(반입과 반출)은 18억2000만 달러 규모다. 1989년 1872만 달러로 시작된 이후 20년 동안 100배나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남측 기업의 달러만을 노린 북한 당국의 각종 부당행위가 심각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북한 당국의 부당행위는 ‘북한산 원산지 확인증’ 위조를 비롯해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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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민경련은 북한산 농산물 위장증명서 발급수수료 명목으로 남측 반입업체로부터 농수산물에 대해 t당 100달러 내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7월 부산지검은 중국산 마른명태 82t을 북한산으로 둔갑해 1억7000만 원의 관세를 포탈한 혐의로 박모 씨 등 무역업자와 브로커 7명을 적발했다.
둘째는 북측이 사업성사비를 요구하는 경우다. 북측은 2007년 7월 국내 잡화업체 A사와 임가공사업을 협의하면서 사업성사비 명목으로 전체 임가공비의 20%를 요구해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는 이중계약서를 만들어 부당이득을 챙기는 사례다. 북측이 신발 임가공사업을 허용하면서 켤레당 임가공비를 1달러로 정한 계약서와 1.3달러로 한 이중계약서를 만들어 차액 30%를 따로 챙긴 사례가 있다.
넷째는 북측 물품을 강제로 떠넘기거나 불리한 계약조건을 강요하는 수법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북한산 수산물 반입업체 B사가 북한산 조개를 반입하려 했지만 북측이 북한 선박으로만 운송하도록 강요해 사업추진비만 날렸다. B사 사장은 “북한 선박은 사용료가 비싸고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계약을 어기는 경우도 있다. 북한에서 무연탄을 반입하던 C사는 지난해 11월 북측 상대방에게서 “무연탄 공급량 부족과 국제가격 상승으로 공급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받았다고 정부에 호소했다. 올해 1월엔 북측이 광물 반출계약을 위반하고 반출용으로 생산한 물량을 임의로 처분한다고 통보해 곤욕을 치른 기업도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