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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의 리버스 토크] ‘블러드’로 피본 전지현 세계무대 첫 발 뗐을 뿐

입력 | 2009-06-30 07:46:00


‘총 관객 10만2962명, 매출 6억8989만7000원.’

전지현(사진) 주연의 영화 ‘블러드’의 29일 현재 성적이다. 월드 와이드로 개봉한 제작비 3500만 달러(약 500억원)짜리 영화의 성적치고는 참 초라하다. 관객 수만 보면 제작비가 200분의1도 채 안되는 독립영화 ‘똥파리’의 12만2974명보다도 적다.

“한국 홍보에 소홀하다”는 비난까지 들으면서 신경 쓴 일본에서도 흥행 첫 주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못 드는 부진을 보이는 등 해외 시장의 성적도 좋지 않다. 7월10일 미국 개봉이지만 소규모 개봉이라니 이제까지의 부진을 만회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블러드’가 한국에서 참패하자, 전지현의 한계를 지적하는 기사와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사실 ‘블러드’에서 그녀의 연기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패의 모든 책임이 그녀에게 있는 것처럼 뭇매를 때리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블러드’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다. 할리우드를 비롯한 해외 영화계는 몇 년 전부터 아이디어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 애니메이션에 눈을 돌렸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마하 고고’를 원작으로 한 ‘스피드 레이서’는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나섰지만 참패했고, 역시 ‘드래곤볼’을 실사로 만든 ‘드래곤볼 에볼루션’도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니 ‘블러드’의 부진이 결코 유별난 상황은 아닌 것이다.

‘블러드’는 내용면에서도 흥행 대작이 되기엔 까다로운 작품이다. 원작인 애니메이션 ‘블러드 라스트 뱀파이어’는 인과관계를 모호하게 엮은 구성과 똑 떨어지지 않는 결말 등 대중적인 액션물과는 사뭇 달랐다. 여기에 60년대 일본의 이념 혼란과 갈등, 그리고 무대인 미군 기지촌의 암울한 정서까지 담아 시종일관 무겁고 침울하다.

영화는 이런 무거움을 버리고 단순한 판타지 액션물로 변화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원작과 액션영화 팬 모두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다. 즉, 따져보면 ‘블러드’의 실패는 기획부터 안고 있던 여러 한계와 CG의 미흡함 등 제작상의 문제 등이 함께 어우러진 복합적인 것이다.

흥행 결과가 따라주진 않았지만 전지현은 비 이병헌 장동건 등과 함께 외국 영화를 통해 세계 시장에 도전한 우리의 연기자다. 외국 오락 대작 한 편에 등장한다고 세계 무대를 석권한 것처럼 호들갑 떨 필요도 없지만, 첫 도전이 실패하자 기다렸다는듯 마녀 사냥에 나서는 것도 좋아 보이진 않는다. [엔터테인먼트부 부장]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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