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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소장의 즐거운 인생 2막]봉사와 함께하는 노후

입력 | 2009-07-01 02:57:00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는 ‘더 웰 미션(The Well Mission)’이라는 이름의 노숙인 구호 단체가 있습니다. 1999년에 한국인 여성 목회자가 중심이 돼 설립한 자원봉사 단체이죠. 1990년대부터 크게 늘어난 노숙인들에게 식사와 생활용품 등을 제공하면서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고등학교 동기 중에 미국으로 이민 간 친구 한 명도 이 단체에 설립 초기부터 참가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 기업이나 유력 인사들을 찾아가 기부금이나 물품 등을 모으기도 하고 노숙인들에게 직접 도시락을 날라주는 일도 합니다.

처음에는 노숙인들을 대하는 게 무섭기도 하고 불결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은 그들과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할 정도로 익숙해졌다고 합니다. 이 친구는 현역에서 물러난 뒤 긴 후반 인생을 어떤 일을 하면서 보내야 할지 고민했는데 이런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면서 기뻐하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이처럼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민간비영리조직(NPO·Non-Profit Organization)이 200만 개 정도 있습니다. 그중 절반은 의료, 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고 30% 정도는 각종 교육활동, 나머지 20%는 기타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NPO는 대부분 개인이나 기업의 기부금과 NPO 서비스의 수혜자들에게서 약간씩 받는 돈으로 운영됩니다. 자원봉사자들에게는 교통비, 중식대 등의 명목으로 약간의 수당이 지급됩니다.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는 현역 시절에 저축해둔 돈과 연금 등으로 기본생활을 하는 데 걱정이 없습니다.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약간의 용돈벌이를 한다는 생각으로 봉사활동에 참가하는 것이죠.

미국에서는 NPO에서 일하는 사람도 취업인구에 포함됩니다. 미국 전체 취업인구의 10% 가까이가 NPO에서 일을 한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NPO 활동이 일반화돼 있다는 뜻이죠.

이웃나라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1990년대 중반에 있었던 고베 지역 지진을 계기로 자원봉사 활동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급속히 퍼졌습니다. 비(非)영리법인을 쉽게 만들 수 있는 NPO 촉진법이 제정됐고 그 영향으로 NPO 설립도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앞으로 이런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문제는 벌이를 위해 일을 하든, NPO 활동을 하든 현역 시절부터 노후를 위한 준비를 해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정리=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