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정성희]덴마크 그리노믹스

입력 | 2009-07-01 02:57:00


영국 신(新)경제재단과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가 2006년 국가별 행복지수(생활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1위는 덴마크였다. 덴마크의 2007년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5만4910달러. 룩셈부르크 스위스 노르웨이는 덴마크보다 국민소득은 더 높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덴마크보다 훨씬 떨어진다. 같은 조사에서 1인당 GNP가 1만9690달러인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03위로 일본(90위)은 물론이고 중국(82위)보다도 낮았다.

▷덴마크 국민이 삶을 만족스럽게 느끼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자전거다. 덴마크의 자전거는 인구보다도 많다. 왕족이 자전거를 타고 쇼핑을 다니고 국회의원과 장관 대다수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정장 차림의 남자와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와 오페라를 본다. 교통지옥도, 대기오염도 없고 몸매도 다른 서구인에 비해 훨씬 날씬하다. 덴마크 정부가 자전거 우선 정책을 강력히 펼쳐 자동차 신호보다 자전거 신호를 먼저 주고 자전거 도로를 확충한 효과도 컸다.

▷신재현 에너지·자원협력대사는 에너지 정책의 모범사례로 덴마크와 아이슬란드를 꼽는다. 신 대사는 “덴마크 모델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 친환경 정책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국부(國富)도 창출하는 그리노믹스(Greenomics)의 모범이라는 것이다. 1973년 석유파동 당시 에너지의 99%를 수입하던 덴마크는 20년간 다각적인 에너지 저소비 및 수입대체 정책을 펴 1997년 에너지 자급을 이룩했다. 같은 기간 덴마크의 경제규모는 두 배로 성장한 반면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늘지 않았다. 에너지 소비효율을 그만큼 높였다는 얘기다. 열병합 발전과 지역난방, 환경세 부과, 풍력과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투자 등의 정책수단을 동원했다.

▷덴마크 모델은 우리나라에도 참고가 된다. 물론 인구가 적고 지형조건이 우리와 다른 덴마크의 제도를 그대로 따르기는 어렵다. 예컨대 원자력을 개발하지 않는 ‘무(無)원자력 계획’을 1985년부터 시행한 덴마크와는 달리 우리는 원자력 비중을 높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에너지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환경 분야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은 지혜와 실행력은 배워야 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