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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뭐 했니” 교과서의 굴욕

입력 | 2009-07-01 14:36:00

미국 하코트사가 펴낸 과학 교과서.






- 초·중·고 교과서 집중분석-
변화 거부하는 교과서가 국가경쟁력에 장애?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요즘 중학생들이 공부하는 문제를 한번 풀어보자. 중학교 2학년 기술·가정 과목이다.

(문제)파자마 바지를 만드는 순서를 답하시오.

㉠바짓부리박기 ㉡밑아래 솔기박기 ㉢가장자리 시접처리 ㉣허리박기 ㉤밑 위 솔기박기

정답은 ㉢-㉤-㉡-㉣-㉠이다.

문제를 하나 더 풀어보고 싶은가? 다음 문제는 '머리'를 조금만 쓰면 참 쉽다. 중학교 2학년 도덕문제다.

(문제)오늘날 특정한 기업이나 정치 집단이 법과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해서 일으키는 각종 불법과 비리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 같은 사회문제의 바람직한 해결방안은?

①과학 기술의 발전 ②준법정신의 함양 ③개인의 도덕성 회복 ④제도와 정책의 개선 ⑤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

정답은 ④번이다.

참고로 해외근무를 마치고 지난해 말 귀국한 기자에게는 중학교 2학년 딸이 있다. 언젠가 딸이 어떤 교과서를 가지고 어떤 내용을 공부하는지를 보고 나서, 기자는 마치 망치로 머리를 한방 맞은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기자가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는 1981년이다. 지금으로부터 28년 전이다. 28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데, 또 한국도 모든 분야에 걸쳐 얼마나 발전했는데…. 그런데 한국 교과서는 내용이나 형식 등 큰 틀이 거의 바뀌지 않은 채 '전통'을 꿋꿋이 지켜오고 있다.

중학교 2학년 기술·가정교과서를 좀 더 자세히 보자. 2001년 교육과학기술부 검정을 통과한 D사가 출판한 교과서다. 1장 '의복 마련과 관리' 중 바느질 부분에는 재봉틀 사용방법이 재봉틀 각 부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어른이 돼서 중학교 때 배운 재봉틀 사용법을 실제로 써볼 아이는 몇 명이나 될까.

●670원짜리 교과서

우선 미국과 한국의 초등학교 5학년 과학교과서를 비교해보자. 한국의 5학년 1학기 과학교과서는 분량이 88쪽이다. 가격은 670원. 요즘은 아이스크림콘도 제일 싼 게 7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믿어지지 않는 가격이다. 목차는 거울과 렌즈, 용해와 용액, 기온과 바람, 물체의 속력, 꽃, 용액의 진하기, 식물의 잎이 하는 일, 물의 여행, 작은 생물 등 모두 9개 주제로 나뉘어 분야별로 과학적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참고용 부교재로 '실험 관찰'이라는 교과서가 있다. 66쪽인 이 책의 가격은 47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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